달려라 죽음
책을 열심히 보느라 독서할 시간이 없다
말을 많이 하느라 대화할 시간이 없다
머리를 많이 쓰느라 생각할 틈이 없다
인터넷과 트위터 하느라 소통할 시간이 없다
갈수록 세상이 빨라진다
지구의 회전은 그대로인데
갈수록 사람들이 바빠진다
꽃이 피는 걸음은 그대로인데
지금 나는
달리고 싶을 때 달리는 게 아니다
남들이 달리니까 달려가고 있다
빨리 달려 행복해서가 아니라
오직 뒤쳐지지 않기 위해 빨리 달린다
빨리 달려 얻을 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인데
죽음의 냄새가 나는 '살아남기' 일뿐인데
박노해의 '그대 그러니 사라지지 말아라' p. 238에서.
숨가쁜 도시의 생활 속에서 너무 빨리 달려가는 우리네 삶은 멈추지 않는 기관사가 모는 기차와 같다.
그래도 기차는 산과 강과 꽃과 나무와 들과 노래하며 자연을 달리기라도 하지만 오늘 우리는 오직 성공이라는 좌표를 향하여 생각과 성찰과 사유를 매장시키고 달려가는 것이 분명하다.
시인이 읆은 것처럼 기디라고 있는 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인데 말이다.
멘토 목사님께서 책에서 갈파한 글이 새록하다.
"하루를 살았다는 것은 또 하루 죽음으로 가며 죽었다는 의미임을 새길 때만 이 땅에서 바르게 살 수 있습니다."
백 번을 들어도 아멘이다.
오늘은 OST 중에서 이선희씨가 부른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의 가사가 서재에서 은은하게 들리는데 감미로움과 이상하게 은혜(?)롭기까지 하다.(ㅎㅎ)
"비바람이 없어도 봄은 오고 여름은 가고 오 그대여 눈물이 없어도 꽃은 피고 낙엽은 지네. 오 내 남은 그리움 세월에 띄우고 잠이드네 꿈을 꾸네"
박노해님의 시 한 편이 오늘 나를 더 많이 철들게 한다.
감사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