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배론 성지에서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배론 성지는 지금 최고의 단풍을 뽐내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단풍을 만끽하기 위해 교우들과 함께 다녀온 길에서 목회자인 저는 또 다른 하나님의 은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풍과 황사영 토굴의 유비입니다. 매년 이 맘 때 즈음이면 전국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배론의 단풍은 가히 우리들의 정신을 뺄 정도의 자태를 자랑합니다. 특히 구름다리를 배경으로 한 단풍은 압권입니다. 반면 배론 신학교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황사영 토굴은 상대적으로 을씨년스럽습니다. 다만 이곳이 황사영이 가톨릭 신앙의 사수를 위해 숨어 은둔하며 신유박해 시에게 조선의 가톨릭 박해를 알리는 백서를 썼던 바로 그 장소임을 알려주는 정도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두 광경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단풍에만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배론에서 눈가를 시큰 거리게 하는 하나님의 조명하심을 배웠습니다. 이제 일주일 어간이면 극적인 아름다움을 알렸던 배론의 단풍들의 자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쓸쓸한 가지들만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황사영이 지키려 했던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자국들은 토굴 안에서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변함없이 찾는 이들을 숙연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울이 고백했던 가슴 뜨거움의 울림에 저는 전율했습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고린도후서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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