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개봉했던 영화 『나 홀로 집에 1』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주 예뻤던 미소년 주인공 맥컬린 컬킨의 열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흠뻑 빠졌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등장했던 양상군자(도둑)들은 가족 모두가 프랑스로 휴가를 떠났고 컬킨이 혼자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도둑질을 계획했지만, 컬킨의 천재적 계획에 의해 이런저런 혼이 난 뒤에 결국 경찰에 체포되고 컬킨은 가족과 재회하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를 막을 내립니다. 영화의 한 장면 중에 케빈이 위기를 맞아 교회로 피신해 숨자, 교회까지 따라간 도둑들이 교회에 들어가기를 찝찝해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기독교 문화에 서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도둑들마저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음을 보여준 장면으로 제 기억에 담았습니다. 지난 주간, 사택에 도둑이 들어왔습니다. 담임목사 지갑에 들어 있던 78,000원, 그리고 아내가 종교 개혁지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남겨둔 여분의 유로, 그리고 온누리 상품권 등등을 후미진 서랍장에 보관해 두었던 일련의 금액을 절도해 달아났습니다. 일을 당한 것을 인지한 시간은 추론컨대 며칠 뒤였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교회에서 그것도 백주에 일어날 수 있지를 생각해 보니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사건 당일은 지난 주간으로 추측되는데, 만에 하나 사택에 들어온 그치가 아내와 집에 마주쳤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상상해 보니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경제적 손실은 입었지만, 아내나, 제가 그치와 만나지 않은 것은 은혜였습니다. 또 한 가지, 지갑에 들어 있었던 교회 주간 지불금 체크카드, 교회 법인 카드, 더불어 몇 개의 신용카드, 온누리 상품권과 같이 있었던 제천 화폐에는 손을 대지 않은 것 등은 미스테리이지만, 여하튼 감사할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에 일은 당하면서, 가슴 아픈 것이 있었습니다. 교회에 들어와 그것도 사택을 침입했다는 참담함입니다. 『나 홀로 집에』에 영화 이야기도 말했지만, 교회에서, 그것도 목사 집에서 백주에 절도 행각을 벌이며 버젓이 활개 치는 자들이 있는 세상이니 새삼 두려워집니다. 소름 끼치는 일을 당한 뒤에, 많은 고민 끝에 아내가 현직 경찰 공무원인 조상국 집사와 상의한 끝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더불어 그동안 교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머뭇거렸던 시건장치(施鍵裝置) 보완은 물론, CCTV 설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교우들 역시 조금은 낯설겠지만, 개인 소지품 관리에 신경 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교회는 고가장비들이 있습니다. 교우들이 하나님께 드린 물질로 설치한 성물입니다. 이것들을 잘 관리하는 것 역시, 성역의 한 부분입니다. 모쪼록 이번 일을 거울삼아 교회 관리에 교우 모두가 함께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참 악합니다. 아프게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