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2024-11-09 15:01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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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끔 흥얼대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마치 복음성가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사의 깊이가 철학적이고, 심지어 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12일의 여정 끝에 종교개혁자들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는 강행군을 마치고 토요일 새벽 3시 넘어서야 제천에 도착했습니다. 이순(耳順) 중반 나이에 경험한 종교계혁지 순례는 아부다비를 거쳐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그리고 다시 아부다비를 경유하여 한국으로 돌아오는 스케줄이었습니다. 가히 살인적인 체력을 요구할 정도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시간이 항공사 측의 이유로 인해 10시간이 연착되는 바람에 한나절 반을 공항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2일의 여정을 끝내고 제천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 그리고 자는 둥 마는 둥 이 글을 쓰는 시간, 시차 때문인지 비몽사몽입니다.

앞으로 쓰게 될 자세한 순례 여정기를 통해 교우들에게 보고하겠지만, 순례 여정을 복기한 총체적인 강평은 이렇습니다.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인천 공항에서 제천으로 내려오는 길에 새벽 2시에 용인 휴게소를 찾았습니다. 유일하게 판매하는 메뉴가 김밥과 어묵우동이라 선택의 여지없이 주문했습니다. 거의 20시간을 공항에서 시달려서인지 따뜻한 우동 국물을 먹으면서 울컥했습니다. 너무 맛이 있어서.

물을 담아 텀블러에 담는데 감사했습니다. 누구도 1유로를 요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감사했습니다. 무료인 화장실이 이 정도로 깨끗하다니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토요일 예비일 아침의 제천 하늘이 청명해서 또 감사했습니다. 순례지에 머물렀던 12일 동안 맑은 하늘을 본 것이 단 이틀이었고, 잔뜩 찌푸린 저기압 하늘에서 10일을 지내다 보니, 내리쬐는 햇살의 감격도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의 내용이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루터가 재판받은 보름스 성당이 관광지로 전락되어 있는 역설적 야훼의 소리를 뼈아픈 참담함으로 들었고, 칼빈이 사자후를 터뜨리며 설교했을 제네바의 성 피에르 대성당이 지금은 방문한 관광객과 노인 교우 200여 명이 주일에 모여 예배하는 쇠락한 교회로 추락해 아팠고, 프랑스 노용에 있는 칼빈이 사역했던 노용 대성당이 괴물같이 낙후되어 있는 무력감을 눈으로 보면서, 종교개혁지 순례 여정에서 이런 소회를 갖게 하신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하여 감사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또한 울컥했습니다.

그래,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겠다.”

내게 주어진 내 현실 앞에 펼쳐진 교회 섬김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나와 관계된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 하는 일이 한국교회를 다시 하게 만들며 관광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만드는 임을 반면교사 삼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곁들여 교우들에게 귀국 보고를 드립니다. 더불어 12일의 여정을 함께 울고 웃으며 동행했던 순례팀 모두가 건강하기를 화살 기도하며, 중보해 주신 세인 지체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