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과 1963년생 아득한 먼 시절, 예비군에서 제대를 하던 날이 기억에 있다. 이제 예비군 훈련에 그만 나와도 된다는 통보를 받고, 뭔가 허탈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민방위 대원으로 편입된 후 몇 년이 지나 40세가 되자 이번에는 민방위 훈련에 나오지 않는다는 민방위 제대 통보까지 받았다. 그 날은 남성으로써 이제 국가에 육체적인 그 무언가로 봉사할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정 받은 날이었다. 남자들만이 느끼는 정서로 말한다면 이제 늙어가고 있다는 그런 별로 달갑지 않고 유쾌하지 않은 언도를 받은 셈이다. 어제 아내와 함께 독감 예방 접종을 받기 위해 동네 의원을 찾았다. 독감 접종은 10월을 넘기면 안 된다는 상식 때문에 늦은 감이 있었지만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다. 작년부터 만 60세 이상자는 무료 접종을 받는 시스템이 없어졌다고 알고 있었기에, 유료 접종을 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간호사가 우리 부부에게 신분증을 요구해 제시하자, 간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은 무료이시고요, 어머니는 유료 접종 대상자입니다.” 둘 다 유료 접종을 받으려 왔는데 한 사람은 무료라고 하니까 아내가 수지맞았다고 반색하며 웃었다. 40,000원 횡재였다. 병원 벽에 걸려 있는 안내문에 이렇게 적혀져 있었다. “2022년 10월 27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제천에 주민등록지가 되어 있는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제천시에서 무료로 접종을 해드립니다.” 전혀 모르고 갔는데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춘 셈이 되었다. 예방 접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한 마디를 던졌다. “작년에도 이런 시스템이었으면 우리가 손해 본 거잖아. 너무 일찍 맞아서 손해 봤네.”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한 마디 반응을 했다. “금년에도 손해 볼 뻔했는데, 그래도 한 명은 혜택을 봤으니까 감사지.”하고 함께 웃었다. 나도 어르신이 되었다. 불과 50대 시절에는 ‘어르신’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대단히 먼 단어였고, 생소하며 낯선 단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나도 ‘어르신’이 되어 있었다. 하기야 어느 모임엘 가도 나보다 나이가 적은 목회자들을 보기가 어렵다. 여기저기에서 이렇게 나를 부른다. “선배님, 고문, 어르신, 심지어 원로라는 말까지 듣는다.”(ㅠㅠ) 아내에게 농을 했다. 무료 접종자한 테 유료 접종자가 잘 섬기라고.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 것을 기억한다. “오늘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고 젊은 날”이라고. 언젠가 동기 모임에 나간 날, 모임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이윽고 속속히 친구들이 장소에 도착해 들어오는 데 가만히 보니 반백은 당연하고, 온통 머리가 백발인 친구들이 들어왔다. 얼굴에는 잔주름이 아니라 깊은 주름으로 도배를 한 친구들도 부기수다. 나모 모르게 이렇게 주절거렸다. “와, 완전히 경로 모임이네!” 조금 억울한 면도 있다. 난 아직 검은 머리가 더 많은데, 목에 주름은 있어도 아내의 관리 덕분에 주름보다는 팽팽한 면이 더 많은데. 아직은 호적으로도 할아버지도 아닌데, 사람들은 나를 어르신으로 부른다. 아내에게 이렇게 실없는 소리를 했더니, 1초도 안 걸려 이렇게 핀잔을 준다. “이강덕 목사님, 꿈에서 깨어나시죠?” 1963년생은 1961년생을 잘 섬겨야 한다. 유료 접종자는 아직은 어르신이 아니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