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오전에 배론을 다녀왔습니다. 수요 저녁 예배가 특별 집회라 강사가 정해져 있기에 설교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횡재를 얻고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 배론을 아내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매년 이 맘 때가 되어야 볼 수 있는 전국에서 단풍이 아름답기로 10번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배론에서 아내와 함께 치열한 현장을 떠나 잠시 머리를 식히고 왔습니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제천에 사는 사람들에게 내린 하나님의 복 중에 하나인 배론의 단풍은 금년에도 우리 부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배론의 가을 정취는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황홀한 자태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펜데믹 이전 남 전도회원들과 주일에 단풍을 보러 갔다가 입구부터 밀린 차량 때문에 아쉽게 돌아온 기억이 있기에 금,토,일은 꿈도 꿀 수 없을 것 같아 수요일 오전에 배론 방문을 계획하고 실천했는데 탁월한 선택을 한 셈이었습니다. 아직은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 아내와 고즈넉하게 단풍을 만끽하고 왔습니다. 배론은 분명 제천에 주어진 하나님의 축복이자 자연이 선사한 최고의 선물입니다. 둘레 길을 걸으며 지난 추억도 회상했습니다. 독서반 지체들과 다녀온 추억이 소중하게 떠올랐습니다, 아내는 최정희 집사를 비롯한 셀 지체들과 다녀온 추억담을 나누며 최 집사가 너무 보고 싶다고 회상했습니다. 14년 동안 교우들과 여러 차례 함께 했던 베론의 시간들을 나누면서 세월의 유수함도 나누었습니다. 정말 얼굴을 들 수 없었던 치욕의 장소도 배론이었습니다. 직전 교회에 부임한지 한 달 즈음에 제천을 전혀 모르던 저를 야외 식사를 한다고 모 남전도회에서 초청한 장소가 배론 성지 근처였는데 당시, 후에 알고 보니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잡은 것이 염소와 개였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신앙인이라는 색깔 전무의 몰지각한 일을 생각 없이 행하였던 그들 때문에 그 짓을 알았던 배론 근처의 주민들이 아무리 무식해도 어떻게 성지 근처에서 이렇게 무지막지한 일을 할 수 있냐고 강력하게 항의를 받고 빠르게 철수했던 그 아프고 쓰라린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쓰린 추억도 있었지만 이후, 배론은 적어도 내겐 하나님이 하사하신 선물의 극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할 때, 표지 모델용 사진을 찍었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나무 아래에서 나이가 들면서 추해 보인다고 좀처럼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아내도 항복하고 한 컷했습니다. 마침 유치원에서 선생님들과 놀이 나온 조잘거리는 유치원생들을 보면서 마치 내 손자, 손녀 같은 생각이 들어 환하게 웃어주며 화답했습니다. 한 곳을 지나는데 아내 나이 쯤 되어 보이는 일련의 무리들이 배론에서도 최고의 포토 존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연방 수다를 떠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단풍이 예쁘니, 모델이 예쁘니?” “모델이 단풍을 썩히고 있다.” 깔깔거리며 주고받는 대화를 우연히 듣고 보다가 저는 그래도 안치환님의 노랫말로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요.” 아내가 돌아오는 길에 내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제천에 살면서도 이 아름다운 곳을 왜 자주 못 왔지?” 아름다움을 잊고 사는 인생만큼 불행한 삶이 또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며 마음을 담아 아내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시간 내서 자주 오자.” 나태주님이 노래한 시구가 떠올라 남깁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풀꽃 1)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고, 교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배론에서 나의 일체의 지인들이 모쪼록 시가 있는 가을을 보내기를 화살기도 해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