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되면 TV에서 단골 메뉴로 방송하는 ‘나 홀로 집에’에 등장하는 도둑놈들이 있습니다. 장면 중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이놈들조차도 교회에 들어가서 도둑질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아무리 도둑이지만 교회 털기는 왠지….
기독교 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이 미국인들의 한 단면을 보면서 묘한 느낌이 임했습니다. 별로 기분 나쁘지 않았던 소회, 뭐 그런 것이겠지요.
지난 주간에 교회 외부 리모델링 공사 중에 지붕 공사를 마쳤습니다. 이런 이유로 건축을 하는 업을 가진 인부들과 약 2주 동안 한 공간에서 마주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정말로 너무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는 모습에 그들에게 감사했습니다. 매일 아내가 오전, 오후에 걸쳐 간식과 아이스커피를 챙기면서 섬겼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느 날이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잠시 무더위를 피해 휴식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목사로서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내려갔습니다. 잠시 쉬고 있는 인부들에게 다가가 격려와 인사를 전하려고 하는데 마침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분이 급히 담배를 내리고 손으로 담뱃불을 끄는 것을 보았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괜히 나 때문에 손가락에 화상을 당한 것은 아닐까 해서 미안해졌습니다. 머쓱했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매우 극한 예의로 반응을 보인 그 분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펜데믹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달린 교회 관련 댓글을 보면서 이런 웃픈 생각을 아내에게 전한 적이 있습니다.
“여보, 난 아마도 오래 살 거야. 포털에 올라온 댓글을 보면 전 생애를 걸쳐 받을 온갖 저주와 폄훼와 입에 담아 도저히 전하기도 어려운 갖은 욕설을 매일 먹고 있으니 오래 살 거야.”
그에게 세인 교회는 오늘 내가 수고하면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일터라는 것 외에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너무 자연스러운 객체에 불과합니다. 동시에 그는 신앙인이 아니기에 전혀 일면식이 없는 세인 교회 목사는 본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타자입니다. 그런데도 목사인 제 앞에서 피우고 있던 담뱃불을 황급히 내리고 자기 손으로 그것도 위험천만의 담배의 심지를 끄는 그를 보면서 너무 아이러니하게 신앙인들에게도 받지 못한 대접을 받았다는 감사 때문에 그 날 하루 종일이 행복했습니다. 그 인부의 반응을 경험하면서 언젠가 읽으며 설교에 인용하리라 마음먹으며 메모해 둔 김연경 교수가 말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상호작용 의례를 통하여 우리가 경의를 표하는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그의 인격이다.” (김연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 지성사, p,115.)
소위 말하는 화이트칼라들 중에는 블루칼라들에 대해서 얕잡아보는 교만덩어리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사람의 됨됨이는 지성이 아니라 철저한 인성인데 나는 조금 더 공부한 사람이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납니다. 말 많고 탈 많은 도쿄 올림픽이 끝나갑니다. 이번에 양궁에서 3관왕에 오른 한 앳된 여성 궁사를 향하여 그녀의 인격을 난도질하는 허접한 인생들이 마치 좀비처럼 달려들어 물어뜯고 있습니다. 정신병자들이거나 인격 파탄자들입니다. 타자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은 내가 사람임을 고백하는 행위입니다. 참 오랜만에 신앙인이 아닌 그 누군가에게 목사로 인정받은 날, 눈물겹게 감사했습니다. 그것도 교회 밖에서 만난 그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