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성큼 자란 옥수수를 보면서.2024-04-18 17:48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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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제천은 옥수수 철입니다제천에 오기 전에는 옥수수하면 강원도 옥수수만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18년을 제천에서 살다보니 그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제천 옥수수가 강원도 옥수수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뿐더러 더 실하고 맛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경상도에서 9년 사역할 때재래시장에서 아내가 아주 가끔 옥수수를 사가지고 오면 마지못해 먹었다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옥수수 맛이 시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후일에 알게 되었지만 경상도 지역에서 먹었던 옥수수는 사료용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기까지 했는데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분명한 사실은 경상도에서 섭취했던 옥수수는 정말로 맛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경상도 분들에게 몰매 맞을 각오를 하고)

근래 제천시를 벗어나 지근거리에 있는 농촌들녘을 지나다 보면 하루가 다르게 옥수수 밭에 심겨져 있는 놈들이 실하게 커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대견하기도 하고뽑아서 먹고 싶은 유혹이 들기까지 합니다대나무 같은 크기는 아니지만 속성으로 커가는 옥수수를 보면서 목사로서 직업의식이 발동하곤 합니다그리스도인의 성장의 모습과 속도가 옥수수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 말입니다.

교회 근처에도 조그마한 여력의 밭들이 있습니다어김없이 땅주인들이 옥수수를 심어놓았는데 요 근래 어김없이 그 놈들이 실하게 자란 것을 보면 속으로 탄성을 지르곤 합니다분명 어제까지는 키가 어느 정도였는데 오늘 보니 어제의 키와는 족히 비교할 수 없는 크기로 자란 것을 보면서 거룩한 욕심을 품게 되는 것은 목사의 어쩔 수 없는 소회이자 바람이다 싶습니다.

코로나 19의 엄습 이후내 사랑하는 교회의 지체들의 신앙적 성숙의 키는 얼마나 자랐을까동시에 전무했던 바이러스의 공습 이후나는 목사로서 얼마나 진취적 성장을 이루었나를 되새김질하는 것은 중요한 오늘의 자아 성찰이지 않나 싶습니다옥수수만큼이야 되지 않는다하더라도 커야 함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성도의 신앙적 보폭 딛기이기에 말입니다.

내 몸 밖을 나간 는 남들 앞에 노출되어 마치 인 듯 행동하고 있지만 진짜 는 몸속에 남아서 몸 밖으로 나간 를 바라보고 있다하나의 로 하여금 그들이 보고자 하는 로 행동하게 하고 나머지 하나의 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다그때 는 남에게 보여 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된다물론 그중에서 진짜 는 보여 지는 나가 아니라 바라보는 이다.”(은희경, “새의 선물”,문학동네,pp,22-23)

12세 이후부터 성장하지 않으려고 했던 여주인공 진희의 이 독백을 읽은 지가 오래되었지만그때 각인했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신앙적 성장이라는 것은 보여 지는 나가 아니라 바라보는 나의 진보라는 것을.

옥수수의 자라남을 자연스럽게 목도하면서 근래 찬사를 보내곤 했습니다남들에게 보여 지는 나가 되기 위해 포장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내가 바라본 나를 정직하게 격려할 수 있는 믿음의 진보와 자라남을 스스로 독려해 봅니다.

간식거리로 아내가 삶아온 옥수수가 허기를 메워줍니다옥수수는 강원도 옥수수도 아니고충주 옥수수도 아니라 제천 옥수수가 최고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