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제천 정말로 사람 살 데가 못 됩니다. 지난 주간, 참 오랜만에 제천에 극강 한파가 몰려왔습니다. 전국 방송 중에 유일하게 호명되는 제천이라는 지역은 일기예보에 등장합니다. 그만큼 추운 도시가 제천입니다. 지난 한 주간, 제천에 사는 사람이 느낀 체감 온도는 평균 영하 20도는 족히 될 듯싶습니다. 따뜻한 남쪽 도시 진해에서 사역을 하다가 제천에 올라와 첫 해 맞았던 겨울은 잊어지지 않을 정도로 혹독했습니다. 진해에서 사역할 때 단 한 차례도 입지 않았던 겨울용 파커를 꺼내 입어도 살을 에는 것 같았던 제천의 겨울은 전국 일기예보에 나올 만하다는 공포의 도시였습니다. 그럭저럭 제천 날씨에 적응하며 산지가 십 수 년이 되었고 지난 2년는 따뜻한 겨울까지 보내서 그런지, 이후 점차로 제천 역시 겨울이 그리 춥지 않은 기후 변화를 느낀다고 안심했는데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주간은 첫 해 맞았던 것처럼 동장군이 맹위를 떨쳤습니다. 제 차에 비해 배기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들 차는 제천에 머무는 이틀 동안 시동을 걸지 않아 방전이 된 탓에 점프차를 불러야 하는 일을 겪었고, 교회 봉고차는 시동을 걸어 각 부품을 움직이게 하는 총사령관격인 엔진 메인보드에 크렉이 생겨 공장에 입고한 지 거의 열흘이 되어가는 데도 부품 조달이 안 되어 기다리는 중이고, 예배당 내에 있는 일체의 수도관은 동파 방지를 위해 온수 쪽으로 물이 떨어지게 해 놓았습니다. 각 룸에 있는 보일러가 동파되지 않도록 외출 장치를 가동했고, 화장실에는 스팀 타이머를 가동시켰습니다. 로비에 설치되어 있는 난방용 난로 역시 온도가 최하로 내려가는 시간에 맞춰 가동시켰습니다. 정수기가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공석 중인 부교역자로 인해 전도사 사택에 사람이 없는 탓에 혹시나 모를 동파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아내와 같이 난방 시스템을 적절하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게스트 룸 역시 신경을 써야 하는 장소여서 민감하게 추위를 대비하여 전기 판넬을 적절 온도에 맞추어 놓았습니다. 우리 교회는 신축한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예배당 건물이기는 하지만 극한의 한파가 몰려와 보니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교회를 돌보다가 문득 든 소회가 있었습니다. 시편 기자의 고백 말입니다.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 (시편 84:10) 시인은 주의 전(殿)을 돌보고 사모하는 일을 일(works)이 아닌 사역(Works)이라는 신앙적 고백과 삶으로 여겼다는 찬양의 토로가 떠오르자 언제부터인가 교회의 사역을 일(works)로 여기는 내 자신의 모습 때문에 부끄러움을 솎아낸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는 날, 졸업예배 시간에 종교음악과 후배들이 특송으로 불러준 찬양이 ‘파송의 노래’였고, 폐회 찬양으로 불렀던 곡이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으로 시작하는 새 찬송가 355장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파송 받은 해가 1987년이니까 이제 정확하게 34년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금년 우리 교회 표어를 ‘AD FONTES’ 정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흐릿해지는 처음 마음을 목사로 살고 있는 나부터 다잡이해보려 합니다. 청주가 고향인 KT AS 기사가 지난 주 사택에 와서 수리를 하고 가면서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목사님, 제천 정말로 사람 살 데가 못 됩니다. 추워도 너무 추워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