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상복(喪服)을 챙겨서2024-04-17 18:27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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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喪服)을 챙겨서

 

지난 주 월요일황 집사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휴가지로 떠나려는 데 받았습니다재발 이후에 더 이상은 항암 치료로는 안 된다는 주치의의 판단으로 인해 외과적 수술이 결정되었습니다. 3주 전수술실로 들어가기에 앞서 황 집사께서 제게 부탁한 기도 제목이 있었습니다.

목사님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두렵습니다그래서 목사님께 기도 부탁을 드립니다하나님은 물론 생각나는 사람이 목사님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깨어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수술 당일에 새벽기도 시간은 물론 제게 그날은 온통 시간이 기도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완벽한 수술 뒤정상적으로 깨어나게 하옵소서!”

후에 기도의 응답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은혜로 수술이 잘 되어 퇴원을 앞두고 있었는데지난 주 월요일 의식불명 상태가 되어 중환자실로 급히 들어갔다는 전화를 받은 것입니다아내 되는 집사님이 통곡하며 제게 들려준 말이 귓가를 여지없이 세차게 때렸습니다.

목사님의사 말이 못 나올 것 같다고 해요.”

청천벽력의 전언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만나지도 못한다는 말을 듣고 두 가지를 준비하고 휴가지로 떠났습니다상복과 장례예식서입니다하지만 너무 하나님께 속상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던 저의 나약함을 인정하면서 서재에서 펑펑 울며 하나님께 독기어린 마음으로 대들었습니다.

하나님도대체 제게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제게서 먼저 데리고 가시려는 겁니까하나님정말로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하나님살려내세요!”

편하지 않은 휴가의 첫 날 월요일휴가처에 도착해서 순간순간 마음속으로 황 집사를 위해 화살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살려주세요수빈이가 아직 어리잖아요수빈이는 물론수빈엄마도 남편과 아빠 없이는 안 됩니다하나님제발제발 살려주세요!”

화요일 아침에 아내 집사의 전화가 울렸습니다전화를 받으면서 얼마나 부들부들 떨었는지 모릅니다부고인가보다상복을 입어야 하나보다믿음 없는 목사는 이렇게 덜컹했습니다.

목사님수빈아빠가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왔어요!” 너무 감격적인 김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순간너무 울컥해서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머금으려고 애를 먹었습니다.

아내가 이 소식을 듣고 애틋하게 제게 한 마디를 툭 던졌습니다.

하나님께서 1년에 한 번 작심해서 온 휴가그래도 남은 시간 이 목사 조금 편히 쉬라고 은혜를 주셨네요.”

목사의 삶이 긴장의 연속이라지만하나님이 금년 8,9월은 이 목사하고 너무 밀당(?)하시는 것 같습니다.

조금 숨을 쉬게 되었지만제게는 아직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되는 기도제목이 있습니다.

하나님황 집사가 일상에 서게 하옵소서!”

또 엎드립니다이래저래 목사는 속이 타들어갑니다.

어떤 때는 정말로 속상하고 억울합니다목사는 정말로 나쁜 사람이 아닌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