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맷집이 1도 없는 목사2024-04-17 18:04
작성자 Level 10

맷집이 1도 없는 목사

 

작년 말영상부원들과 상의하고 개인적으로 유트브 방송을 열어보려고 했습니다교회 소개와 더불어 짤막한 은혜의 단상들을 나누어 볼까 하는 소박한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결론은 아들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없던 것으로 했습니다아들의 지론은 유트브가 갖고 있는 무자비성(無慈悲性)에 아버지가 희생당하는 것을 아들로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댔습니다.

유트브를 비롯한 SNS라는 괴물이 갖고 있는 폭력성에 민감한 아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목사라는 존재가 얼마나 세속적인 영역에 있는 자들에게 폭격하기 좋은 먹잇감인지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절대 불가를 선언하고 제 유트브 방송을 저지했습니다.

지난 3월 30일자 국민일보 미션 판 오늘의 설교라는 지면에 기자의 청을 받고 기고한 단편 설교 원고가 게재되었습니다후에 제 설교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링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확인 차 들렸다가 세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①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왜 본인들에게 달린 댓글을 본 뒤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② 목사는 이 시대에 무슨 말은 하든 무차별적인 언어의 폭력과 난도질의 대상이 되는 존재임을.

③ 아들이 왜 그토록 개인 유트브 방송을 막았는지를.

달린 댓글은 말 그대로 난도질이었습니다아낌없이 난도질을 당한 뒤에 나름 살아남기 위해 마음을 다잡이 한 것은 맷집을 키워야 하겠다는 아픈 생각이었습니다.

목회를 하는 어간타의적인 요청에 의해 졸필이지만 꽤 여러 곳에 외고(外稿)를 써서 송고해 왔습니다그 때마다 너무 당연한 일이겠지만 최선을 다해 정제된 언어로 이념적이거나정치적인 색깔을 배제하여 글을 쓰려고 노력했고언어적인 품격과 예의를 갖추어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더불어 종교적인 상투어와 획일화를 강요하는 필채보다는 상식의 선에 맞는 지성적 성찰을 담보한 글을 쓰려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섬기기 위해 강의를 하는 대학원 학기를 마치고 받는 교수 평가의 글을 접할 때개 중에 몇 있는 학생들의 혹평의 글을 읽으면 인간인지라 나름의 서운함이 있지만그 일들은 나를 돌아보는 좋은 자료가 되어 도리어 감사의 기회로 삼는 공부가 됩니다.

하지만 국민일보에 실린 기사를 표적 삼은 불특정 다수의 댓글들은 인권 말살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언어적 폭력이었고이 일은 목사로 살아가는 나에게는 적지 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이후우연히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이렇게 웃픈 나눔을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외고는 절필해야겠다.”.

속 깊은 상처를 새긴 한 주간을 보내서 그런지 유대인 철학자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의 말이 더 절절하게 다가왔습니다.

하나님의 선물인 인간의 자유는 그것을 행사할 힘과 함께 책임까지 더불어 인간에게 주어졌다.”(“누가 사람이냐”, 한국기독교연구소,p,197.)

하나님이 제정하신 이 명제는 무시되고 가지고 있는 익명성의 폭력으로 무자비하게 타인을 공격하는 힘은 더 강해진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반면아니면 말고 식의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의 시대는 나를 더 두렵고두렵게 합니다이 어려운 한 복판을 지나고 있는 2020년 4맷집이라고는 1도 없는 목사는 그로기가 된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