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님, 유치부 설교 부탁해요! 군에서 제대를 하고 서울신학대학교 2학년 때 영등포 성결교회 교육전도사로 청빙을 받아 교역자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24세였으니까 지금부터 36년 전이 되네요. 제가 맡은 부서는 빌립 청년회라는 젊은 청년회였습니다. 당시는 신학교 학부 때부터 교육전도사 사역을 감당했기에 신학교 2학년이라는 아무 것도 모르던 철없는 시절에 교육파트 교역자라는 부담감으로 인해 항상 무거운 상태에서 긴장하며 사역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러던 어느 주일이었습니다. “전도사님, 저희 유치부 다음 주일 설교를 부탁할게요.” 당시 유치부장으로 사역을 감당했던 자매(지금은 당진성결교회에서 아름다운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권사님)가 저에게 설교를 의뢰했습니다. 그때 그 청을 거절했어야 했는데 한편으로 제가 맡은 부서의 청년이었기에 그러겠노라고 반응한 것이 제 악몽의 시작이었습니다. 왜? 유치부에 예배 설교자로 섰던 그 날, 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쓰디쓴 추억을 떠안게 된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예배가 시작되고 기억으로 약 50여명 정도의 유아들이 모여 있었는데 불과 10여 분 진행한 유치부 설교 시간에 저는 식은땀이 흥건한 체험을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게 설교하는 이상한 전도사 때문에 유아들은 재미없어 몸서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와 싸우다가 서로 우는 아이, 얼굴을 떨구며 잠에 빠져드는 아이, 아예 드러눕는 아이, 설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 구축을 위해 무아지경으로 춤추는 아이 등등 34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그 날의 참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멘붕의 시간이었습니다. “전도사님, 많이 수하셨어요. 아이들이 너무 소란했죠? 유아들은 다 그래요.” 그렇게 저는 달래주고 위로하는 유치부장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고 이런 결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담임하는 교회는 반드시 전문적인 유치부 부교역자를 세우겠노라고. 해서 유치부 예배 실에는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으리라고.” 그때부터 설교에 소질이 없는 사람임을 깨달았으면 지금 이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ㅠㅠ. 어린이집 베테랑 교사로 있는 권숙진 집사님에게 며칠 전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어린이집 졸업식이 2월에 있어요. 그날 오셔서 설교 해주세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34년 전의 악몽이 떠올라 아주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목사님, 원장님이 목사님이 와주시면 너무 좋겠다고 하셨어요. 부탁드려요.” 오 마이 갓! 섬기는 교회의 사랑하는 지체가 다시 청하는데 또 다시 거절할 수 없어 그놈의 담임목사라는 죄 때문에 2월에 그 악몽의 자리를 섬겨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졸업하는 아이들은 4세만 유아라고 하니 더 깜깜해 다시 집사님께서 확인하자 이렇게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목사님, 그날, 유아들 졸업식이라 아이들이 참석을 하지만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말씀을 전하시면 되요.” 이야기를 듣고 너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아들의 동석자리라고 하니. 36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 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변하지 않는 철칙이 하나 있습니다. 설교를 제일 잘하는 사역자는 유치부 설교 사역자다. 이 공식을 대입하면 저는 설교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ㅠㅠ. 권순미, 권숙진, 김현미, 김혜영, 이은주 선생님 그리고 유초등부 교사들에게 두 손 높이 들고 존경의 존경을 표합니다. 여러분은 최고의 설교자들이며 교사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