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지면서 배우는 공부2024-04-17 17:52
작성자 Level 10

지면서 배우는 공부

 

발 등뼈가 조각이 나서 두 달여 운동을 하지 못하다가 이제 다시 탁구장에 나가서 중단했던 탁구를 시작한지 달 반이 되어 갑니다꼴뚜기도 한 철이라고 다치기 전에는 구장에서 경기를 하면 제법 잘 나갔습니다제가 갖고 있는 레벨이 제천 3부인데 저와 같은 급에 있는 회원들과 하면 언제나 이기는 쪽이었고 구장 내에 있는 상위 부수인 1,2부 회원들과 경기를 하면 더 더욱 지지 않으려고 승부욕이 발동되어 경기를 하다 보니 승률이 높은 편이었습니다사고의 발단도 그래서 났던 것이지요. 1부 랭크 회원과 맞붙다가 그에게 이기려는 욕심이 화근이 되어 발 뼈에 조각이 가는 사단이 난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운동을 할 수 없었던 기간은 정확히 2개월 남짓운동을 꾸준히 한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2개월 동안 몸무게는 몸무게대로 불고생체 바이오리듬은 깨져서 몸 컨디션이 말이 아닌 2개월을 보냈습니다급한 나머지, 2개월이 지난 뒤에 의사에게 몸 상태를 보이자 조심해서 운동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위로의 말을 듣고 조심해서라는 부사를 새기고 곧바로 구장에 나가기 시작한지 달 반이 되어갑니다.

다시 운동을 해서 좋긴 좋은데발 움직임이 좋은 경기력의 최우선인 탁구라는 운동의 전제 조건에 부합하기까지는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탓에 다치기 전의 몸 상태의 60%도 채 되지 않은 채로 운동을 하다 보니 요 근래는 열 번을 경기하면 7-8번은 패배합니다순발력이나체력도 바닥이고더군다나 계속해서 운동을 하지 못한 탓에 예전보다 기술적인 면도 많이 down-grade 된 상태임이 경기력으로 나타나 패하는 게 일이 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특히 구기 운동을 하는 사람 중에 지는 것을 즐기는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헌데 달 반 동안 저는 지는 게 일이 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그렇게 지는 게 일상이 된 저를 보고 구장 회원 중 신앙생활을 하는 한 명이 제게 농을 이렇게 던졌습니다.

목사님이제야 탁구장에서 목사님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매번 지시는 걸 보면.”

조금은 뜨끔했습니다경기를 죽기 살기로 했을 때목사로 보이지 않았나 싶어서그래서 그런지 왠지 지금이 탁구를 좋아하는 목사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이러니의 은혜도 느낍니다마치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상투적인 은혜를 다시 나간 탁구장에서 배우고 있습니다우격다짐이 아니라 자위라면 자위인 이런 생각을 근래 정말로 많이 합니다지면서 배우는 교훈이이기면서 배우는 교훈보다 더 값지다는 것을.

시인 박노해가 쓴 사람이 희망입니다.’라는 산문시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삶과 죽음의 진상(眞相)을 확연히 깨치는 영적 진보를 이루는 것입니다아무리 돈이 많고 지식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영적 진보를 이루지 못하면 그 한 생이 덧없고 허망한 것입니다.”(p,291)

세상 사람들이 빨갛게 보는 시인에게서 성경 말씀 같은 혜안의 메시지를 듣게 될 줄이야지면서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이길 때는 배우지 못했던 영적 진보를 깨치는 공부입니다.

객설 하나혹시 이렇게 지다가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겠지요다시 재개한 운동 두 달 즈음이 되면 그래도 승률이 5할까지 만이라도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매번 지면 그것도 습관이 될까봐ㅎㅎ다시 땀을 흠뻑 흘리며 운동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