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장에서 일과를 끝내고 나면 일주일에 세 번 특별한 일이 없으면 탁구장에 나가 열심히 땀을 흘립니다. 흠뻑 흘린 땀은 적어도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 정신적인 면에서도 긍정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알기에 가능하면 꾀부리지 않고 구장에 나가 몸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탁구장에 나가면 탁구를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와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서 초보의 딱지를 벗고 이제는 제법 기본기를 갖추어가며 탁구를 즐기는 회원들을 만납니다. 해서 약 5년 간 그들을 지켜 본 사람이다 보니 어떤 회원은 장점이고 무엇이고, 또 다른 회원의 단점이 무엇인지를 알 정도로 이제 저는 소위 말하는 터주 대감이 되었습니다. 제가 구장에서 하는 일 중에는 제 운동과는 별개로 탁구 레벨이 낮은 회원들을 위해 가르쳐 주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해서 맞상대를 해주고 회원들의 약한 점을 알려주고 그것들을 고치라고 주문하는 일도 적지 않아졌습니다. 이 일들을 하다 보니 참 열심히 운동을 하는 데도 그렇게 뛰어나거나 괄목할 만한 기량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회원들을 만나게 되는 데 그들에게는 똑같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곤 합니다. 개중에는 아주 천성적으로 운동 신경이 없는 자들도 있지만 그런 자들은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실력이 늘지 않는 회원들의 특징을 추적하다보면 거의 막 배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뉴얼에 있는 데로 기본기를 갖춘 회원들이 아니라 습관에 따라 막 탁구를 친 사람들입니다. 관장에게서 기본부터 착실하게 레슨을 받은 사람들은 성장의 속도가 빠르지만 레슨 없이 그냥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탁구를 막 치는 사람들은 거의 정체 상태를 유지합니다. 발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어떤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려면 기초가 든든해야 하는 것처럼 운동도 매일반인데, 그것을 무시할 때 아무리 운동을 해도 진도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탁구 동아리회원들을 보면서 목사로서 느끼는 목회적인 성찰이 하나 있습니다. “신앙도 기본기가 있어야 한다.” 내일부터 고난주간 기념 저녁 집회가 교회에서 열립니다. 외부 강사를 초청하지 않고 자체 집회를 해야 하는 부담의 절정은 담임목사에게 있습니다. 에너지가 충만한 젊은 목사 시절에는 끄떡없이 일주일 정도의 집회는 식은 죽 먹기라는 교만함으로 사역을 감당했지만, 사실 이제 이런 종류의 집회를 자체적으로 감당하려면 제일 먼저 겁이 덜컹 납니다. 능력의 부재가 첫 번째 이유이고, 그 다음은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알기에 꾀가 나 약 2년 동안 집회 없는 해를 보내고 나니 교우들에게도 미안함 마음 굴뚝이고 해서 이번에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다짐하고 시작하는 사역이기에 진행될 6번의 집회는 담임목사의 체력을 감안하여 엄청난 것을 기대하는 집회가 아닌 기본기 갖추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집회가 있습니다. 거기에 걸 맞는 기라성과 같은 능력자들이 즐비합니다. 해서 그들을 초청해서 엄청난 지진과 번개와 벼락이 내리는 것을 경험하고 싶은 지체들도 있겠지만 세인의 정체성은 그렇지 않기에 또 다시 잔잔하게 기본기를 다지는 저녁집회의 기회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해서 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비아돌로로사의 길을 걸으셨던 주님의 그 은혜를 맛보고, 바울이 고백한 대로 예수의 스티그마를 지니는 신앙의 기본기를 다시 한 번 갖추어가는 행복한 사역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 (갈 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