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에 즈음하여 목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래서 국민으로서 마땅히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마음이 가는 정치인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목사는 적어도 공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공인이기 때문입니다. 목사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때부터 교회 질서는 와해됩니다. 13일은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는 지방선거일입니다. 더불어 우리 제천은 국회의원 선거까지 동시에 치루는 아픈 날이기도 합니다. 선택한 자가 공인답지 못해 중도에 하차 하게 된 것은 당선자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그만큼 보는 눈이 없었다는 공범적인 의미도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해서 이번 선거에는 우리 제천 시민들이 성숙한 감시자의 역할을 잘 해서 좋은 일군이 뽑히기를 제천에서 목회하는 목사로서 기대합니다. 벌써 제 SNS 에는 선거에 관련된 지지를 부탁하는 상당수의 메일들이 도착했습니다. 해서 도착하는 메일은 스팸 메일로 돌려놓았는데 다른 IP를 동원해서 끈질기게 메일을 보내고 있어 어느 경우에는 짜증이 날 때도 있습니다. 지난 달, 탁구장으로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아주 익숙한 시의원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를 만났습니다.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녀와 몇 마디를 나누었습니다. 명함을 돌리는 그녀는 저에게 본인이 출마한 상황에 대하여 짧게 설명을 하였지만 강하게 한 표를 부탁하는 유세를 받게 되었습니다. 웃음으로 그녀의 유세를 받아넘기고 좋은 결과를 바란다는 덕담을 던지고 상황을 종료했습니다. 교회는 공교회입니다. 이 말은 신학적인 의미로 표현하면 가톨릭(Catholic) 교회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정착된 천주교회를 고유명사처럼 가톨릭교회라고 부르기 때문에 가톨릭이라는 단어가 천주교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지만, ‘가톨릭’ 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보편적’(Universal)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을 풀자면 교회는 ‘누구든지’의 교회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누구든지’의 교회는 ‘더불어 민주당’의 교회도 아니고, ‘자유 한국당’과 그 외의 다른 정당의 교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든지’의 교회 안에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일체의 선거유세나 지지유도는 인정될 수 없으며, 인정해서도 안 됩니다. 만에 하나 내가 원하는 후보자를 지지하고 싶으면 예배당 밖으로 나가서 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교회 안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두둔하는 발언들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신앙공동체의 리더십을 이어받은 여호수아에게 이렇게 당부하며 특별한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지 말 것을 강제하셨습니다.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수 1:7) 교회 밖에서는 얼마든지 좌로 갈 수 있습니다. 우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는 치우치지 마십시다. 얼마든지 바른 미래당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정의당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는 입을 닫으십시다. 다만 하나님께 이렇게 간구하십시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의 은혜가 선거에 임하게 하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