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故 서정수 집사의 유고 일기를 읽으면서2024-04-17 15:49
작성자 Level 10

故 서정수 집사의 유고 일기를 읽으면서 


1년 7개월 동안의 투병일기아니 유언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랑했던 고 서정수집사의 글을 동생 서희진 집사로부터 받았습니다. A₄ 용지 20매 정도의 분량으로 기록되어 있는 그의 글은 마치 욥기 안에 기록되어 있는 욥의 절규와 같았습니다일기는 글을 쓰게 된 동기를 시작으로 정죄저항후회공감허무용서흔적아버지이야기들관계약함고난과 영광존재와 존재감역설 등의 제하로 본인의 인생 여정을 내레이션을 하듯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솔하게 열거한 삶의 반추이자 신앙고백이었습니다.

젊은 나이불현 듯 찾아온 죽음이라는 인생의 끝자락에 서게 된 자아의 심리적인 절망과 두려움그리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처절한 수용까지 읽는 내내 소리 죽여 울었습니다글을 다 읽고 난 뒤이상한 감정이 들었습니다이 글은 유언장이라기보다는 의미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자들기고만장한 마음으로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자들너희 하나님이 어디 있냐고 비아냥대는 자들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내면의 나를 더 신뢰하고 있는 교회 안에 있는 불신자들무엇보다도 하나님에게 내 영역에 들어오시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내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고내 가족만의 안락함을 헤치지 않는 필드에서만 가능하다고 금 긋기 하고 있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이기적인 종교인들에게 던지는 죽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배롭게 귀했습니다.

 

나의 중심에 무엇을 두느냐에 따라 목표는 달라졌을 것이다나의 중심에 하나님을 두었다고 여러 번 입으로 뱉은 적이 있었다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하나님을 상수가 아닌 변수로 여기며 살아온 것이었다부질없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에 천착했어야 했다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마른 풀이 아니라 굵고 뿌리 깊은 나무로 서 있었을 것이다어떤 고난 앞에서도 당당하게 서 있었을 것이다하나님이 중심 되어 생각하고거기서 얻어진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매일의 총합이 내 인생이 되었어야 했다그렇게 살았더라면그 과정들은 흔히 말하는 쓰디쓴 인생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 같은 인생이었을 것이다.” (2017, 12,31. 편지에서)

 

하나님을 상수로 두지 않고 변수로 여기며 살아왔던 나날들에 대한 회환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남김을 생각했을까본질적인 것에 천착했다면 지금의 나는 마른 풀이 아니라 굵고 뿌리 깊은 나무로 서 있었을 것이라는 그의 쓰라린 후회가 어찌 그만의 고백일까 싶었습니다기실오늘 나와 당신은 지금 서 집사가 유언처럼 남긴 이 비수의 화살을 맞으면서도 현재진행의 형태로 버젓이 무시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반추하며 부끄러웠습니다.

 

부질없는 목표에 매달렸던 삶은 오늘을 누리지 못하게 했다비록 내 몸과 마음은 곤고하지만 지금부터 남은 날만큼이라도 하나님이 중심 되고거기서 얻어진 새로운 목표를 향해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위와 같은 날짜의 글)

 

장엄하고 웅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기막힌 그의 고백이었습니다재삼 곱씹으니 이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오늘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은 본질적인 천착에 달려 있다고.

하나님의 우편 보좌에 앉아 계시던 주님께서 서 집사가 입성하는 날분명 그 자리에서 일어나셨을 것입니다그리고 그 분의 너른 품으로 그를 안아주셨을 것입니다이렇게 말하면서.

정수야애썼다.”

창립 9주년 기념 주일을 예비하는 아침더 더욱 그가 보고 싶어집니다그 한 사람이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주고 떠났습니다산 자가 죽은 자에게 받는 위로가 이렇게 클 줄 정말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