ㅠㅠ (슬픈 감정을 묘사하는 채팅 언어)
목요일 오전, 연합회 목회자 독서모임이 두 번째로 우리 교회에서 열렸습니다. 맨 처음에 두 번째 모임을 결정할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주 공교롭게 이루어졌습니다. 두 번째 독서 모임의 독서 과제를 팀 켈러가 쓴 ‘설교’(두란노 간)로 정했는데 마침 저자가 한국에 세미나 강사로 초청되어 강연하는 일정 중에 그의 책을 나눌 수 있어서 의미가 배나 더했습니다. 일반적인 교역자 모임이 친교 위주로 진행되는 데 비해 독서한 책을 함께 나누고 경우에 따라 저자의 주장에 대한 비평적 성찰을 하는 것은 물론 그의 사상적, 철학적, 지성적 고찰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참 유익한 시간이기에 참석자 모두가 고무적인 평가를 내려 감사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독서 모임 중에 이번 주제가 설교의 담론이었기에 더 진지한 토론과 더불어 현장에서 설교자로서 갖고 있는 여러 숙제들을 함께 나누다 보니 시간 자체가 본의 아니게 경직된 분위기로 흘렀는데 참여 하신 목사님 한 분이 웃프지만 박장대소를 하게 하는 본인의 경험담을 솔직담백하게 내놓은 바람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주일 어느 날, 최선을 다해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에게 은근히 오늘 설교의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에 주방에 있는 아내에게로 다가간 뒤에 이렇게 물으려고 했답니다. “여보, 오늘 설교 어땠어?” 저도 이런 부류의 질문을 던질 때가 많은데 질문 자체에 대한 답은 이미 결정하고 내던지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여보, 오늘 설교 정말로 은혜로웠어요. 내지는 오늘 설교는 감동 그 자체였어요.” 등등으로. 그런데 아내에게로 가까이 간 목사님은 말 자체도 꺼내지 못하고 기가 죽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아내가 이찬수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간, 기분도 상하고 언짢아서 한 마디를 퉁명스럽게 던졌습니다. “아니, 교회에서 설교를 들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설교를 또 들어” 그러자 아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정말로 기운이 쭉 빠졌다고. “들을 게 있어야 듣죠?” 동역하는 목사님의 이 이야기를 듣다가 웃었지만 순간, 갑자기 저 역시 내 모습이 오버랩이 되어 너무나 내가 작아지는 동변상련의 웃픈 아픔을 공유했습니다. 언젠가 아내가 저에게 이렇게 타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밥 먹고 평생 동안 한 게 설교 덴 그것 밖에 못해요.” 이렇게 아내에게 구박을 당하고 나면, 정말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어서 한 동안 설교하기가 두려워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빠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주눅이 들곤 합니다. 이번 독서 모임에서 함께 나눈 텍스트에서 팀 켈러가 이렇게 말했음을 읽었습니다. “설교자는 청중의 삶을 향한 책임이 있다.”(p,125) 설교자들에게 던지는 엄청난 부담의 비수인데 가끔은 청중의 삶을 향한 책임짐이라는 이 무거운 부담은 고사하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아내의 삶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으니 설교자는 이래저래 그로기 펀치를 맞습니다. 아주 가끔은 립 서비스라도 아내에게 이런 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여보, 오늘 설교 홈런이었어요!” 말하고 나니 마음이 이러네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