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을 가지면서
제천 지역에 있는 연합회 목회자들이 지난 목요일부터 독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비록 4명으로 시작한 아주 작은 모임이지만, 친교의 모임이 아니라 나름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는 사역의 일환이었기에 기쁨으로 첫 발을 디뎠습니다. 출신 신학교도 다르고, 신학적 배경도 다르기에 글 읽기의 성향도 분명히 다를 것을 알지만 오히려 저는 개인적으로 그래서 더 기대감을 갖고 첫 모임을 나갔습니다. 엘리위젤의 ‘나이트’ 를 첫 번째 독서 과제로 선정해서 북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모임에 페이퍼 보고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 같아 구술로 책 나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론 다음 모임부터 글쓰기의 부담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말이지요. 처음부터 포맷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리뷰 페이퍼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구술로 나누면서 시작했습니다. 서울신학대학교 출신의 후배 목회자가 말했습니다. 어린 엘리위젤의 고향인 시게트 지역에서 벌어진 경천벽지의 비극이 바로 내 고향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않은 무감각을 보면서 오늘 우리들에게도 다가온 영적인 경성의 테제를 느꼈다고. 호서대학교 출신의 목회자가 말했습니다. 위젤의 고난 과정을 보면서 해석학적인 세계관의 스펙트럼에 따라 그 해석의 차이가 존재할 것이라는 질 높은 리뷰를. 아세아 연합 신학대학교 출신 목회자가 말했습니다. 엘리위젤이라는 주인공과 함께 당한 가장 비참한 생명 말살의 비인간적 지옥에서 한없이 초라한 모습처럼 보였지만 아들을 걱정하는 위젤의 아버지가 보여준 부성의 사랑이 주님의 따뜻한 영성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음을. 저 역시, 이유 없이 당하는 고통에 대한 신정론적인 담론의 끝이 어디인가에 대해 비평적 시각으로 리뷰 했습니다. 시너지는 더불어 각자의 리뷰를 통해 함께 동시에 섭렵해야 할 이웃도서들도 소개되어지는 수확이었습니다. 안네의 일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것이 인간인가? 등등의 연관 작품도 꼭 한 번 다루어보기로. 한 달에 한 번 진행하기로 한 독서모임에서 추천할 책은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공격적으로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모임에 함께 나눌 책은 티모시 켈러의 ‘설교’(두란노 간)로 정했습니다. 김기석 목사께서 부족한 사람의 두 번째 저서를 위해 보내주신 추천의 글에 선명한 한 문장이 기억에 있습니다. “목사는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목사는 하나님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되어야 한다.” 첫 번째 사역을 하면서 이런 생각에 젖어 보았습니다. 독서 모임을 왜 가지려고 하는가? 공부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하나님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강추위로 인해 살이 에일 것 같은 날씨였지만 함께 나눈 공부의 자리에서의 만남은 그 추위를 충분히 녹일 만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공부하려는 동역자들이 섬기는 교회와 사역에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중보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