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아들아, 사랑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2024-04-11 11:05
작성자 Level 10

목요일일과를 마치고 운동하는 중에 아들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평상시에 별로 전화를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닌 아들이기에 뜬금없는 전화에 무슨 걱정스러운 일이 있나 내심 염려했는데 전화 끝에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버지사랑합니다.”

직전 시무하던 교회에서 함께 동역해주던 교사의 부친이 아직은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닌데도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문상차 다녀오다가 그 선생님이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제대로 사랑한다.’는 고백을 못한 것이 한이 된다는 아픔을 나누었는데 아들이 뜨끔했는지돌아오는 길목에 전화를 해서 닭살 돋게 고백한 것입니다이유야 어떻든 아들의 그 소리를 듣고 나니 참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아들아아들아너무 사랑한다.”

지난 목요일세월호가 거의 3년 만에 육상으로 올라오는 날세월호 미 수습 가족 중에 아들의 영정을 붙들고 오열한 한 어머니의 절규 끝에 나온 독백입니다흔히 하는 말 중에 회자되는 명언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불효는 부모를 앞서가는 불효이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정답입니다만 3년 동안 진도 앞바다 맹골 지역에 수장된 채로 잠들어 있는 세월호가 지상으로 올라오는 날생떼 같은 아들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어땠을까를 감히 짐작해 본다면 세상에 이런 불효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싶은데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죽지 못하고 살았습니다이유는 하나일 것입니다이제는 육신조차 없을 아들이지만아들의 유골이라도 찾아야 하며그 아들의 억울함을 살아 있는 동안 풀어주어야 한다는 한 가지 일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텔레비전 방송 화면으로 선명하게 방송된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의 눈물은 저에게는 눈물로 보이지 않고 피 눈물로 보였습니다.

한 지역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로 지난 3년 동안 세월호가 바다에 잠들어 있는 기간 들었던 가장 분노스럽고 또 분노스러웠던 말 중에 하나는 정치권에서 부상시킨 이 말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만하자지긋지긋하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이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격적 존재라는 것을 믿고 관계를 이루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정치적 이해관계 혹은 거창하게 말해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그가 속한 성향의 집단이 이끌어가는 것을 인격적 관계가 아닌 유물론적인 체계로 이해하여 비인격적 태도로 사람의 아픔을 물질적으로 취급하는 일체의 일들은 그래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이 회개하지 않아 침몰할 것 같아 아이들을 침몰시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말한 한 목회자의 어처구니없는 몰상식, “세월호를 이용하는 자들은 종북주의자들이다.”는 기막히고 무지한 정치가들의 폭력, “아이들을 빙자하여 돈 벌기에 급급한 자들의 저급한 행태” 등으로 유가족들에게 대못을 박았던 비인간적인 자들의 행태들이 지난 3년 동안 거침없이 자행되어 왔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법학자인 데이빗 리스먼은 그의 걸작인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에서 모든 문화 및 문화적인 절대가치는 그 저변에 기본적인 이율배반성을 담고 있다.” 라고 말한 것에 공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이율배반성이 있는 문화 안에 인간 군상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공감한 것입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스스로는 자꾸만 그 질기고 질긴 이율배반을 전제하고 있는 문화의 틀 안에서 인간이 제외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 것은 목사의 직업의식의 발로인 듯해서 대항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인격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그러므로 세월호 사건은 결코 잊어져서는 안 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잊는 것은 무례함입니다세월호 유족들에게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을 전하며 다시는 이 땅에서는 자식들을 앞세우는 비극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봅니다아들의 전화를 받고 행복한 목사의 철없음을 반성하며 세월호 유족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조신한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