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텔레비전이나 동영상을 통해 등장하는 모델들을 보면서 워킹이나, 포즈를 취하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 때가 많았습니다.
“저 정도는 나도 하겠네. 밥 먹고 하는 일이 포즈를 취하고 걷는 건데 어떻게 저 정도 밖에 못하지.” 이렇게 타박 아닌 타박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간에 저에게 닥친 일을 경험하면서 이제부터는 결코 그런 교만한 소리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기로 다짐 또 다짐하며 회개했습니다. 출판사 편집국으로부터 요청 사항이 들어왔습니다. 출간 될 책 제목에 맞게 저자가 독서하는 사진들을 제천에 있는 유명 명소를 배경으로 찍어 여러 장 보내달라는 메일이었습니다.
아뿔사!
아마도 책에 적절하게 삽입할 모양인 것으로 추측되는 요청이었습니다. 책 읽기는 저의 일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읽는 것을 일부로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경우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이겠습니까? 해서 마땅히 책을 읽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를 않아 어쩔 수 없어 만들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 지난 주간, 서재에서부터 시작하여 의림지, 베론 성지, 그리고 교회 스탠딩 기도처까지 졸지에 모델이 되어 사진 찍기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사진기사 강지숙 전도사, 모델 이강덕 목사의 작품 만들기가 진행된 것입니다. 아시는 분은 익히 아시겠지만 강지숙 전도사는 물건을 하나 살 때도 돌다리를 열 두 번은 건드려보는 마음으로 일을 진행하는 아주 피곤한(ㅎ) 스타일입니다. 졸지에 모델이 된 저는 카메라 초점에 맞는 포즈를 취하라는 전도사님의 닦달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기계처럼 움직였습니다. 웃으라고 하면 웃고, 걸어가라고 하면 걷고, 서라고 하면 서고, 손을 흔들라고 하면 흔들고, 이쪽에서 저 쪽으로 動線(동선)을 옮기라고 하면 옮기고 얼굴이 어색함 투성이라고 야단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하면 초등학생처럼 순종해야 했습니다. 땀은 나고, 원래 생겨 먹은 것은 자연스러움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목사의 특유의 경직됨이 굳어있는지라 강지숙 전도사가 명령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찍은 몇 작품들이 탄생했습니다. 이제 출판서 편집국에서 또 글에 맞게 편집되어 사진들을 실릴 터인데 책이 나온 뒤의 사진들을 접하다보면 만감이 교차할 것 같습니다.
이제 화보를 찍는 연예인들이나 광고를 찍는 유명 인사들의 그림과 영상들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은 이유는 모델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수고와 땀 흘림과 반복의 열정들이 전제되었을까를 아주 조금이라도 느껴본 시간들을 보내면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탄생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재삼 확인하는 공부를 해 보았습니다.
그 동안 담임목사의 책 출간을 위해 중보 해 주시고 기다려 주신 교우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생하며 어줍지 않은 모델 노릇까지 한 종의 책이 적어도 한국교회를 위하여 아파하며 고민하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와 반향이 일어나기를 기도해 봅니다.
모델, 그 위대한 이름은 아무에게 붙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