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목사는 샌드백이 아닌데.2024-04-02 11:35
작성자 Level 10

목사는 샌드백이 아닌데.

 

지난 주간에 지체의 가정을 심방하다가 거실에 샌드백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해서 물었습니다.

집사님이 샌드백 남편이 운동하는 도구지요?”

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니요목사님제 딸이 화가 날 때 가끔 치네요.”

이야기를 듣고 심방대원으로 함께 참여한 교우들이 한바탕 웃었습니다권투 도장 말고는 보기가 쉽지 않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샌드백을 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래 저 샌드백이 바로 나 같다는 생각을.’

인터넷의 바다에 들어가면 목사라는 단어는 별로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대신 구글 검색창에 먹사라고 치면 수십만 개의 글 창들이 열립니다대부분 목사로 사는 사람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글들이고심지어는 확인 사살을 하는 소위 말하는 악플들입니다글들을 보다가 너무 잔인하게 목사들을 공격하는 글들을 접할 때는 가끔은 그래서 이런 자위를 합니다.

난 오래 살 거야욕을 많이 먹어서.”

너무 상투적인지는 모르지만 오늘의 목사가 이런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은 많은 부분 자업자득이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바보가 아닌 이상 저 또한 수긍하고 인정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상에서 도무지 정상적인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자들의 막말과 극언을 대할 때는 어떤 경우에는 ’ 하는 마음에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이라도 할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의 억울함에 통곡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그러나 그러다가도 다시 한 번 곱씹고 마음을 억제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표상의 꼭짓점에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상당수의 목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그래서 수차례 마음으로 삭이곤 합니다예수께서 죄 없이 십자가라는 짐을 지셨다는 것을 빌미로 주님은 이런 일까지 당하셨는데 목사라는 자가 그 까짓 수모도 참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또 달래고 달래기는 하지만 어느 경우에는 가슴이 도리는 가슴앓이를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저 역시 주님의 마음으로 버티고 또 버티면서 26년을 현장에서 살아왔는데 그 결과어느새 상처를 당하지 않기 위해 미리 사전포석을 하고 방어막을 치면서 목회의 틀을 추구하니 어디 이게 목회라고 할 수 있나 할 정도의 자괴감이 들 때도 다분히 있습니다그럴 때마다 정년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들은 나의 매임에 괴로움을 더하게 할 줄로 생각하여 순수하지 못하게 다툼으로 그리스도를 전파하느니라 그러면 무엇이냐 겉치레로 하나 참으로 하나 무슨 방도로 하든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이로써 나는 기뻐하고 또한 기뻐하리라” (빌 1:17-18)

바울은 자신의 투옥을 기뻐하는 빌립보 교회의 제자들을 향하여 비난하지 않고 도리어 자신의 구금으로 인해 제 2선에 있던 자들이 1선으로 나와 복음을 전하고 있으니 기쁘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바울의 위대함을 봅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이 투옥된 곳에서 죽고 싶을 만큼 외로워했을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고 있는 또 다른 서신서를 만나면 마음이 짠해집니다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성을 지닌 바울의 고독함은 죽음보다 더 힘든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먹사로 내둘림을 당하는 현대의 목회자는 결국 바울처럼 그렇게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기실다윗이 골리앗이 아닌 엘리압에게 공격을 당할 때(삼상 17:28) 더 큰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상처를 받았지만 형 엘리압과 맞서 싸우지 않고 형에게 싸바브’ (등을 돌려골리앗에게 집중하는 다윗의 외로운 행보를 신명기 역사서를 통해 만날 때마다 가끔은 유감스럽게도 이런 생각을 하며 자위를 해 봅니다.

목사는 샌드백이 아닌데목사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위로가 필요한데.”

교사주일이면 항상 떠올리는 바울의 권면이 한국교회에서 반타작만이라도 목사에게 적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꿈 깨야 할 망상일까 하는 자괴감이 엄습합니다.

가르침을 받는 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 하라” (갈 6:6)

박물관에 표기되어 있을 법한 이 말씀이 오늘은 참 그리워지는 주일입니다.

꽃으로라도 목사를 때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버틸 힘이 별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