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집 떠나면 개고생(?)2024-04-02 11:11
작성자 Level 10

집 떠나면 개고생(?)

 

1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2주 동안 집을 떠나 있었습니다가능하면 3월 안으로는 첫 번째로 출간할 예정인 책 집필을 위해서였습니다.

몇 해 전있었던 광고용 멘트 증에 집 나가면 개고생(?) 이라는 말이 지난 주간에는 실감이 났습니다. 12월 초에 항상 목회 계획을 수립하든, 6월 마지막 주간에 하반기 목회를 재점검하기 위해서든 올라가는 곳은 사랑의 교회 수양관입니다헌데 지난 주에는 사랑의 교회 수양관이 수요일까지만 운영을 하고 설 명절 연휴와 수양관 시설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휴관을 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올까 하다가 책 집필은 여하튼 분주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광림 수도원으로 목적지를 변경하기로 하고 숙소를 옮겼습니다.

여분의 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착한 광림 수도원은 시설의 낙후됨으로 인한 난방 시스템의 열악함 때문에 추위와 싸워야 했고역시 설 명절 연휴로 인하여 목요일부터 직원들 휴가를 일찍 계획했기에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기로 해서 식당 운영도 안 되고룸서비스에 대한 일체의 봉사나 대여가 안 된다는 고지를 받았습니다사랑의 수양관에 비하면 지옥 같은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며칠 상관의 불편함을 감내하지 못하면서 무슨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겠는가 싶어 머물기로 하고 책 집필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광림교회라는 서울의 대형교회를 모교회로 갖고 있는 수도원이었지만 기도원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는 담임목사의 의지 때문인지 예산 부족으로 인해 난방비 절약을 한다는 이유로 뜨문뜨문 들어오는 보일러 때문에 저녁녘에 찾아온 한기와의 싸움으로 인해 잠을 설치다 보니 몸이 천근만근이었습니다설상가상으로 둘째 날에는 그동안 추웠던 날씨가 갑자기 풀리다 보니 낙후된 룸 보일러가 터져 물바다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물론 제가 기거하는 룸은 아니었지만 중앙 난방시스템으로 보일러가 가동되다보니 아예 보일러 가동이 중단된 것입니다.

관리하는 집사님이 급히 저에게 와서 상황 설명을 하고 전기 매트와 전기난로를 공급해 주기로 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그렇다고 곧바로 퇴실을 신청하는 것은 목사로서 너무 계산하는 것처럼 보여 그냥 있기로 했지만 마음이 심란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그날 저녁 추위와 싸운 것은 가끔 보는 1박 2일 프로그램에서 야외취침을 하는 연예인들을 생각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ㅎㅎ)

또 하나 곤혹스러운 것은 매식이었습니다아침은 금식을 한다고 치더라도 점심과 저녁을 때우기 위해 산을 내려가 읍에 있는 식당을 전전긍긍하며 매식하는 일도 해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경험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혼자서 매식을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간다는 것이 말입니다벌쯤 한 모습으로 지천명을 넘긴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밥을 혼자 먹는 청승을 떠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보일까봐 눈치도 보이는 것이 정말로 할 짓이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그렇게 이틀을 버티며 광림 수도원에서 사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집에 돌아오니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따뜻한 방따스한 밥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평상시에는 잘 모르고 지났지만 너무 큰 감사의 조건임을 다시금 각인하게 되었습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인데 이런 고생 끝에 집필된 첫 번째 저서가 좋은 결과를 맺어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과욕은 아니겠지요후유아직도 갈 길이 먼데 하늘이 노란 것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