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었던 이야기 중에 ‘자식은 평생 AS 대상’ 이라는 말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들이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사역지에 나가 전도사로 첫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본인의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이제는 아버지로서의 제 역할이 나름 끝났다고 여겼습니다. 허나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처녀 사역지가 신학교 후배가 목회를 하는 곳이어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잘 해도 문제, 너무 잘못해도 문제를 비롯해서 간섭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점에서도 제가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일들이 오히려 더 많아진 느낌입니다. 대학원 입시를 치룰 때에도 옆에서 충고를 해 주어야 했던 일들, 성경 해석의 차원에서 교단이 요구하는 가장 평범한 접근에 대한 권면, 교회 내의 부교역자들 간에 있어서 전도사 위치에서의 인간관계, 그리고 섬김, 대학원에서의 학문 연구에 대한 자문 등등 끝이 없는 것 같아 ‘자식은 평생 AS’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즈음을 보냅니다.
몇 주 전 주일, 전도사님이 모 집사님을 준다고 이전에 장계란 권사님께서 주신 우황청심환을 준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실기시험을 치르는 아들이 몹시 초조해 하는 느낌도 있고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였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인이 가지고 있던 것을 건네주려는 의도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나름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이제 막 20세가 된 돌멩이를 씹어도 소화가 될 아들인데 그가 처해 있는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담 때문에 심장의 먹먹함을 벌써 경험해야하는 이 시대, 본인이 대신 해줄 수 있는 시험이 아니기에 또 역시 기도라는 지원 말고는 20세의 아들에게 노인들이 급격히 떨어진 신체적인 나약함 때문에 급할 때나 먹어야 하는 우황청심환이라는 약재를 먹여야 하는 엄마의 착잡함이 있는 오늘, 이것이 현대 우리나라의 부모와 자식들의 자화상이라는 것이 못내 씁쓸한 것이 어찌 저만의 소회이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저의 부모님 세대에는 어찌 그리 많은 자식들을 낳고 기르셨을까? 를 자문할 때마다 말문이 막히는 존경심과 우러러봄의 대상이 이론이나 깨달음이 아닌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 저조의 극점을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 중에 능력만 있다면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답한 사람들이 두 명의 한 명인 우리나라, 해서 어느 유명한 리서치 기관의 조사 결과처럼 이대로 갈 때 국가 붕괴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인구로 인한 붕괴가 초래될 나라도 지목된 내 조국 대한민국 호를 보면서 만 가지의 감정이 교차합니다.
이번 주간에 엄동설한이 자식을 조국의 부름으로 인해 군대로 내 보내야 하는 교회 지체도 역시 또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말고는 없어 소리 없는 울음으로 또 엎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서 평생 AS를 해 주고 있는 모든 부모들에게 힘내라고 화살기도를 쏟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