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제 자리에서2024-04-01 16:45
작성자 Level 10

목회라는 것이 항상 긴장의 연속이라 사역의 시간 내내 흐트러짐을 보일 수가 없습니다육체노동을 하는 분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무리인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적인 노동을 하는 저 같은 사람의 일상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 많은 에너지 소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음을 많이 체감합니다사역의 현장은 보이지 않는 살얼음판과도 같습니다이것은 목양 사역을 하는 자만이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주간 늦은 휴가 기간을 보내면서 모처럼 공식적인 쉼의 기간이라는 핑계로 짧은 시간이지만 사역 현장을 잊고 아내와 결혼 25주년이라는 의미도 담아 휴가처에서 그냥 말 그대로 다 잊고 쉬면서 재충전할 요량의 마음을 다짐했습니다해서 나름 계획도 세워놓았습니다이번 휴가는 이런 시간을 가져야지또 어디를 가보아야지그곳에 가서 반듯이 이런 추억을 남겨봐야지그 아름다운 장소는 사진으로 꼭 담아볼 거야그곳은 먹거리가 이거라고 하니까 꼭 먹어보아야지 등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생각 리스트에 담았습니다그렇게 해서 당도한 휴가처에서 나름 아내와 시간 여행을 하며 멋진 시간을 보낼 거라고 다짐 또 다짐했습니다그렇게 마음에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휴가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또 한 번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노는 것이 더 힘들다.”

태생적으로 그런 것인지아니면 목회를 하는 목사로 사역한 것이 이제는 체질화가 되어서 그런 것인지 저는 개인적으로 노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이 너무 뼈에 와 닿습니다덩달아 휴가처에서 한 주간은 잊으리라 했던 목양의 현장도 사색하고 묵상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더 리얼하게 사역의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명 중증 직업병(?)임에 틀림이 없습니다휴가처에서 홀로 있는 시간에는 남아 있는 2014년의 4개월의 사역을 어떻게 의미 있게 흔적을 남길 것인가?, 아무개 성도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수요 예배는 잘 끝났을까수시에 임하고 있는 아이들의 앞날을 위해 조금은 더 긴장감을 가지고 중보 해야지 등등의 생각들이 더 많이 스쳐지나가는 것은 극복할 수 없는 나만의 고질병이었습니다아마도 목회의 현장에서 은퇴를 하고나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치유를 경험하겠지요.

목양터의 이야기마당을 쓰는 지금 이 새벽이 귀하고 따뜻합니다한 주간부재로 인하여 미 개봉된 우편물들이 쌓여 있는 데스크읽지 않은 신문들이 포개져 있는 탁자주간 부교역자의 심방 보고서가 놓여 있는 책상들이 내가 일상으로 돌아왔음을 알려주는 알람 소리였습니다그리고 빙그레 웃어봅니다그렇지내가 있어야 하는 나의 자리는 휴가처가 아니라 바로 이곳이지생각하니 나의 삶의 자리가 있어 감사하고 행복해 집니다.

몇 해 전모 기업 텔레비전 광고 문구가 갑자기 떠오르자 피식 웃어봅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추억의 흔적은 휴가처에서가 아니라 나의 일상에서 만들어져 가는 것임을 깨닫는 또 좋은 공부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