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목사가 목숨을 걸어야 할 것2024-04-01 16:22
작성자 Level 10

10 여 년 전, 미국의 심리학자인 리처드 칼슨이 쓴‘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라는 책이 한국에서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습니다.

칼슨은 이 책에서 모든 것이 다 사소한 것이기에 사소한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유는 타당해 보입니다.

너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 채로 살아가는 인생은 정력 낭비, 인생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노영심이라는 싱어 송 라이터가 쓰고 부른 곡 중에 이런 가사가 있는 노래가 있습니다.

“같이 걷던 한강 인도교 철조 아치가 6개인지 7개인지, 그 때 우리 동네 목욕탕 정기 휴일은 첫째 셋째 수요일에 쉬는지 아니면 둘째 넷째 수요일에 쉬는지, 내 새끼손가락엔 매니큐어를 칠했는지 봉숭아물을 들였는지 커피는 설탕 두 스푼에 프림 한갠지 설탕 하나에 프림 둘인지 그런 사소한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

참 재미있는 노랫말이지만 만에 하나 그런 남자가 내 애인이고 남편이라면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남자이기에 이런 남자는 엄청 피곤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가사 말레 등장하는 사람은 별로입니다.

이런 면에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것은 칼슨의 말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것은 전문적인 지식과 실력을 쌓는 것입니다.

약 2주 전부터 엘리베이터가 말썽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 예배당에 세팅한 엘리베이터는 독일제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라는 네임 밸류가 있는 엘리베이터입니다.

교회를 건축하며 세팅한 것이기에 이제 1년 반도 되지 않은 새 제품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오르내릴 때 엘리베이터의 카(car)가 흔들리는 증상을 보인 것입니다.

제일 첫 번째 증상을 발견했을 때 급히 대전에 있는 본부 콜 센터에 문의를 했습니다.

다른 업종과는 달리 엘리베이터 회사는 상시 대기를 해야 하는 업체이기에 본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제천지부에 있는 직원이 신속히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신참으로 보이는 직원 한 명이 별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애프터서비스를 왔다가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는 데 실패하고 이어 상급 직원으로 보이는 2명의 기사가 충원되어 엘리베이터 헤드센터의 각종 기기들을 점검하고 기본적인 부품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2 주 동안 증상은 완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할 수 없이 가장 중요하고 값비싼 헤드에 해당되는 마지막 부품을 지난 금요일에 교환했습니다.

교환 후 엘리베이터 작동에 대하여 주목해서 증상에 대한 부분을 점검하고 있는 중입니다.

요는 만에 하나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기계 전체를 통째로 교환하는 일까지 예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엘리베이터 직원들이 2주에 걸쳐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복잡한 매뉴얼을 펴놓고 일일이 고장 원인을 찾아내려고 부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직원 중 한 명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목사님, 엘리베이터 기계는 부푼 자체가 상당히 조밀하고 다양해서 어디에서 고장의 원인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부품 중에 불량이 있으면 엘리베이터가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지요.”

기사의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전문성이란 사소한 것에 대한 세밀한 지적, 기술적 능력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직업의식이 발동했습니다.

가장 복잡하고 가장 성장과 변화의 속도가 느린 사람의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목회인데 어찌 목회자가 세밀한 전문적 실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목회 후반기에 집중해야 할 두 가지를 더욱 붙잡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많이 공부하기, 더 많이 기도하기.”

나는 이것이 목사가 생명을 걸어야 하는 사소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