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나이 듦의 미학2024-03-27 14:21
작성자 Level 10

나이 듦의 미학

 

부산에서 전담 부교역자 사역을 할 때 경험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부산의 서면은 광복동에 이어 제 2의 번화가라고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입니다. 그 중에서도 서면 지하철 게이트가 연결되어 있는 지하상가는 주말이면 발 디딜 틈도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파들이 오고가는 유행의 거리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운전면허가 없이 전도사의 주된 업무가 심방이다 보니 저 역시 심방 사역을 마치고 교회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전철의 하차 코스인 서면 지하상가였습니다. 피곤한 육체를 이끌고 교회로 돌아오는 어간, 눈이 번쩍 띌 정도의 현란한 치장의 패션어블한 한 여성을 보았습니다. 까만 스트레이트 파머의 단발머리에, 빨간 하이힐 구두와 매칭 되게 빨간 원피스를 입고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마치 연예인을 방불하게 하는 그런 외형적 아름다움의 자태였습니다. 남자의 본성이 다 그렇듯이 저 역시 그런 모습의 여성에게 시선이 안 갈 리가 만무입니다. 본의 아니게 그녀가 가는 동선이 제가 시무하는 교회 방향의 지하상가였기에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그녀의 뒤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호기심으로 뒤를 따르던 어간, 그녀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녀의 앞모습을 보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마에 주름을 나름대로 커버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도무지 감출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농후했습니다. 동시에 얼굴에 선명하게 남아있던 검버섯들의 자국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70대의 노인의 형상을 가감 없이 그녀가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저에게 임한 생생한 감흥은 외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본 추함이었습니다.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은 인생의 한 측면에서 볼 때 가장 큰 아름다움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나이 듦의 미학’입니다. 50대는 50대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고, 60대는 또 60대대로, 70 인생은 또 70 인생대로의 멋과 아름다움이 있는데 그 아름다움을 인위적으로 혹은 강제적으로 젊어짐의 욕심을 향해 멋을 낸다면 오히려 그것은 슬픈 추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합니다.

요즈음 들어 시력이 더 노안화되어 쓰던 안경의 도수 가지고는 책을 읽는데 여러 불편함이 느껴져 지난주에 벼르고 있던 새로운 시력 검사와 더불어 안경을 새로 개비했습니다. 지난 52년 동안, 아주 젊었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금속테 안경이외의 다른 안경을 착용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오랜만에 다시 뿔테로 된 안경을 선택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선택이 아니라 아내의 선택에 순종한 셈이지요. 안경도 나이와는 상관이 없이 근래에는 금속테를 하지 않는 것이 유행이기도 하고 거의 대부분이 뿔테를 하는 것이 유행의 트렌드라고 하는 아내의 말에 순종해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것입니다. 안경 제조 기술의 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향상되어 무게도 거의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가벼움이 선택한 뒤에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염려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앞에 말한 나이에 걸맞지 않은 추함이 사람들에게 보일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인데 오히려 인위적으로 젊어져 보이려는 마음으로 객기를 부린 것은 아닌가 하여 적지 않은 부담이 있습니다. 목사는 안경을 하나 개비해도 이렇게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업의식의 발로인 것 같습니다. 담임목사의 안경 개비를 성도들의 너그러운 아량으로 아름답게 보아주기를 소망합니다.

아름답게 늙는 것, 기도의 제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