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두 명의 목사2024-03-27 13:58
작성자 Level 10

두 명의 목사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저와 같은 목사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잘못하면 가르치는 것에만 익숙하고 배움을 받는 것에는 서투를 수 있는 것이 바로 목사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저 또한 배우는 삶을 사는 것에 대하여는 조금은 의도적으로 욕심을 부리려고 하는 것을 교우들이 이해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주간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아주 기분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은 김기석 목사이고 또 한 사람은 송태근 목사입니다. 서울 청파 교회를 목회하는 김기석 목사는 한국에 소재한 신학대학교의 학생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어하는 목사 1위의 목사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보기 드문 생태주의 목회자이고 지성, 영성, 감성의 세 박자를 고루 갖춘 목사인 저 또한 홀딱 만할 만한 동역자입니다. 그가 읽었던 시를 소개받으면 왠지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해 지고 그가 권한 말씀의 내용들을 들으면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목회자입니다. 시쳇말로 예수님을 너무나 사랑하는 말씀과 삶의 틀이 딱 맞아 떨어지는 목회자입니다. 그러기에 저 역시 김목사님을 언제부터인지 존경하는 동역자로 삼게 되었고 그가 쓴 책은 제 서재에 로얄석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지난 주 바른 교회 아카데미에서 김기석 목사를 강사로 초청하여‘오늘 이 땅에서 목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감동 절정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오프라인 상에서 처음으로 만나 그 분의 강의를 들으면서 내내 누렸던 감동과 행복을 어떻게 글로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살고 있는 24시간의 한 순간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기쁨을 만끽한 기분 좋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또 한 사람은 이번 주간 기독교계에서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군 송태근 목사입니다.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불미스런 사건 이후 약 1년 2개월 간 공석이었던 서울 삼일교회 제 2대 목사로 내정된 분입니다. 삼일교회 담임목사로 내정된 송태근 목사에 대한 후일담은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데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대한 예수교 장로회 합동측 강남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송 목사께서 서울 삼일교회 당회의 만장일치의 청빙에 응하여 삼일교회 담임목사로 내정되었다는 보도는 교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인기 있었던 목회자인 전병욱 목사가 담임으로 있었던 삼일교회에 대한 인지도와 한국교회의 위상을 생각해볼 때 포스트 전병욱이 누구일까에 대한 관심은 모든 목회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강남교회의 송태근 목사의 임지 이동은 기독교계에서 메가톤급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슈거리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지난 주에 발표된 삼일교회 목회자의 인사이동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제가 이 뉴스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아주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저의 관심거리는 이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의 후일담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저를 기분 좋게 하였습니다. 내막인 즉은 강남교회 교우들의 반응이 아주 단순하게 “우리 목사님을 절대로 못 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큰 교회이어서 그 힘이 크지만 이웃 교회에서 성실하게 목회를 하는 목사를 빼내가는 것이 윤리적으로 맞느냐는 논리로 삼일교회의 이기적인 처사에 대하여 법적인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강남교회 교우들의 반응을 보면서 두 교회의 전후 사정이야 어떻든지 상관이 없이 목사인 저는 개인적으로 기뻤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목사의 영적인 자화상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이 시대에 아직도 인정받고 있는 목사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위로 때문입니다. 아직도 한국교회는 교우들이 목숨을 걸며 사랑하는 목회자를 둔 교회가 있다는 것에 대한 따뜻한 감동이었습니다. 두 교회에서 일어난 담임교역자 인사이동에 대한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는 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간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서 경험한 이 시대의 바른 교회, 바른 목회를 지향하고 있는 두 명의 동시대 동역자 목사들과의 직간접적인 만남을 통해 목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발견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