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하지 말라
오래 전에 멘토 목사님이 쓰신 글 속에서 당신이 경험했던 한 사건을 소개하고 있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섬기는 교회에서 휴가를 얻어 지방으로 여행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주일이 되어 시골의 한 조그마한 교회에 들어가서 예배에 참석을 했습니다. 예배가 시작되어 주보를 보았는데 주일 낮 예배 설교가 본인이 교회에서 설교 제목을 정할 때 본문에 기록된 문구를 인용하는 것과 똑같이 그 교회 담임목사도 성경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한 것을 보면서 하여 내심 반가웠음을 술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가움은 잠시, 담임목사가 설교를 시작하면서 반가움은 분노로 변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 날, 시골교회의 목회자는 당신이 요한복음 강해를 통해 설교한 본인의 설교를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그 주일에 표절하여 설교를 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서울로 돌아온 멘토 목사께서 그 시골 교회의 목사님에게 설교에 필요한 몇 권의 책을 동봉한 보내면서 첨부한 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에서 힘이 들더라도 설교를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목사가 될 것을 간곡히 권면하는 정중한 편지를 보냈다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시골교회 목사님의 그 설교 부담감을 이해합니다. 저 역시 매 주일마다 엄습하는 설교의 부담이 엄청남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목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훌륭한 목사님들의 설교에 눈이 가 그것을 도용하고 싶은 유혹을 매 주일마다 겪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 유혹을 이겨야 한다는 내적 자아가 아직은 커서 범죄 하지 않음입니다. 멘토 목사님의 지적대로 목회자가 하나의 설교를 탄생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기도가 동반되어야 함을 알기에 아직은 그 고통을 즐기면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모 정당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낙마 위기에 있음을 여론을 통해 접하고 있습니다. 일반 논문을 표절하는 것도 심각한 범죄인데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는 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한 것이니 그 죄질이 더욱 중대하다 할 것입니다. 우리 교우들이 잘 아시다시피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의 모든 코스워크를 마쳤습니다. 그런데도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논문을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업학생이 아닌 목회자로서 박사 학위논문을 쓰려고 하니까 제 개인적인 실력으로는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마음먹기에 따라 쓸 기회가 있겠지만 학업에 전념하지 않는 한 도저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학위 논문을 쓰지 못하는 실력의 부족함에 대하여 부끄럽지만 그러나 짜깁기와 표절 그리고 심지어 이번 모 국회의원 당선자와 같이 거의 베끼는 수준의 불의한 방법으로 학위를 취득하는 더 부끄러운 일을 자행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저에게는 감사의 조건입니다. 노력하여 얻지 않은 모든 것은 도둑질입니다. 성경은 그래서 우리에게 분명하게 선포합니다. “도둑질하지 말라” (출 20:15) 이 말씀에 엄숙하게 아멘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