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 기니스의 <소명> 생의 목적을 발견하고 성취하는 길 이 <소명>은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탁월한 책이라고 단언한다. 그 주제의 중요성과 총체성도 그러하지만, 주제를 전개해 나가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그 낱낱의 지식들을 깊은 묵상과 사색으로 마치 진주들을 실에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 듯이 잘 엮어낸 책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게 한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과 명쾌한 통찰력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는 여러 글들을 접할 때마다 내 인생에서 이러한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요 복으로 느껴지고는 하는데, 이 <소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너무 좋아서 단숨에 읽게 되는 책도 있고 또 너무 좋아서 두고 두고 조금씩 읽고 싶은 책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게 후자에 속한다.
책의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책 겉장 뒷면에 간략하게 나와 있는 추천서들을 읽어봐도, 이 책에 대한 이러한 평가와 느낌이 나만의 치우침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존 스토트 목사는, "중요한 주제, 진지한 목적, 생생한 문체, 오스 기니스는 분명한 식견을 갖고 역사, 문학, 성경, 경험, 전기 등을 넘나든다. 본서는 분명 수십 년에 걸친 묵상의 열매이다"라고 하였고,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나는 지난 35년이 넘도록 이 하나님의 행진 명령에 기초해서 살려고 애써 왔지만 <소명>을 읽고 나서야 그 의미에 대해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라고 했으며, 옥한흠 목사는 "한 줄 한 줄이 마음을 울리는 책"이라고 평했다. 이 책은 분량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이 워낙 알차고 깊은 묵상의 열매로 나온 값진 명언에 해당되는 문장들이 많기 때문에 정리하기가 쉽지 않고, 또 정리하더라도 그 부분적인 정리가 이 책 전체를 이해하고 접하는데 오해나 편견을 심어줄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선은 나 스스로가 이렇게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이 책을 묵상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이코스타 독자들이 이렇게 정리된 글을 보고 짧지만 이 책의 맛과 진수를 살짝 맛보아 알아 이 책을 사서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전체 26장 각 장들을 간단하게 요약하는 형식을 취하되 가능한 한 본문에 실린 주옥같은 문장들을 큰 수정 없이 거의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저자는 1장에서 '소명이란, 궁극적인 존재 이유이며, 하나님이 우리를 그분께로 부르셨기에, 우리의 존재 전체, 우리의 행위 전체, 우리의 소유 전체가 특별한 헌신과 역동성으로 그분의 소환에 응답하여 그분을 섬기는데 투자된다는 진리이다'고 정의한다. 저자의 25년 간의 저술 생활 중에 이 책만큼 자기 속에서 오래도록 뜨겁게 타오른 책이 없다는 고백과 함께 자신이 전임 목회자가 될 뻔했던 경험을 나누며, 자신의 신앙 여정에서 소명의 진리는 예수님이 주신 어떤 복음의 진리 못지 않게 중요한 진리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소명이야말로 인간 경험 중 가장 포괄적인 방향 전환이요, 가장 심오한 동기를 유발하는 것, 곧 모든 역사에서 삶의 궁극적인 이유가 되는 것으로서, 믿음의 시대와 믿음의 삶을 시작하고 끝맺으며 인생의 중심 목적을 발견하고 성취하는 길이라고 하며 글을 시작하고 있다. 2장에서는 추구자(seeker)들의 4가지 관점들을 구분하는데, 추구 자체가 전부이고 발견은 중요하지 않다는 현대 지식인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관점, 그리고 욕망 자체를 근본적인 악이나 문제로 보는 동양 철학의 관점과, 갈망하는 목표를 향한 인간의 '위대한 상승'을 추구로 보는 '에로스'의 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구에 담긴 비밀을 '위대한 하강'으로 보는 '아가페'의 관점이 그것이다. 그는 이 마지막 '아가페'의 관점만이 궁극적인 길이며 예수님이 소개하신 길이라고 하면서 추구의 대상은 바로 예수님이며, 진정한 추구자와 진정한 추구를 위한 특별한 시대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 3장은 소명(call 또는 vocation)이라는 개념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으로서 개인의 정체성의 기반과 인감됨 자체를 이해하려는 현대인의 추구와 연관되기 때문에 우리 각자에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을 '속박된 존재', '용기있는 존재', 인생을 숙명론적으로 보는 '체질화된 존재'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관점과는 대조적으로 '부름받은 존재'는 자유와 미래를 강조하며, 참된 인간됨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반응으로 본다. 4, 5장에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로서의 일차적인 소명은 그분에 의한, 그분을 향한, 그분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일차적으로 우리는 누군가(하나님)에게 부름받은 것이지, 무엇인가(어머니의 역할이나 정치나 교직)로나, 어디엔가(도시 빈민가나 몽고)로 부름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이차적인 소명은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주권적인 하나님을 기억하고 모든 사람이, 모든 곳에서, 모든 것에서 전적으로 그분을 위하여 생각하고, 말하고, 살고 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소명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일차적인 소명이 항상 이차적인 소명 앞에 오도록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일차적인 소명이 이차적인 소명으로 반드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총체적인 소명이 종종, 세속적인 것을 희생시킨채 영적인 것을 격상시키는 영적 이원론에서 비롯된 '카톨릭적 왜곡'과, 영적인 것을 희생시킨채 세속적인 것을 격상시켰을 뿐 아니라 후자를 전자로부터 완전히 분리시킨 세속적 이원론의 '개신교적 왜곡'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그 '카톨릭적 왜곡'의 결과로 '전임 사역', 수도원 제도로 인한 계층주의와 영적인 귀족주의, 고차원-저차원, 성-속, 완전한-허용된, 관조적인-활동적인, 일등급-이등급의 구별을 낳게 했고, '개신교적 왜곡'으로 일, 거래, 고용. 직업 등의 단어들이 '소명'을 대신한 소명의 세속화와, 일에 신성을 부여하여 일 중심이나 인간 중심적으로 흐르게 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는 6장에서 8장까지 조금 세부적으로 재능과 직업에 대해 다루면서, 하나님은 보통 우리의 재능에 부합되게 우리를 부르시는데, 재능이란 궁극적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기에 재능의 소유자는 '청지기'이며 재능의 목적은 그 재능으로 타인을 섬기는 것이지 자기의 이기심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언한다. 그래서 소명을 발견하는데 우리 각자가 창조될 때 부여받은 재능을 분별하여, '당신의 존재는 당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의 존재에 걸맞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직업 선택의 기준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하나님이 직업 소개인이 아니기에 우리의 재능에 맞는 자리를 찾아 주시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선택한 자리에 맞게 우리를 창조하시고 우리의 재능을 만드신 것이기에 우리는 그 자리에 도달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 본연의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계속해서 8장 이하 13장까지에서는 하나님을 진정 하나님 되게 하고 다른 모든 청중을 밀어냄으로 단 한 분의 유일한 청중이신 하나님 앞에서 사는 인생, 삶에서 가장 깊은 성장과 최고의 영웅적 자질을 향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열쇠인 하나님의 소명, 그 소명을 통해서 책임성을 지니고 약속(언약)을 맺을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가는 법, 개인적인 소명 뿐 아니라 공동체적 소명에 헌신해서 살아간다는 의미, 도달한 자가 아니라 이 생애 동안 항상 '그리스도의 추종자'요, '그 도를 따르는 자'로서 인생의 여정을 걷는 삶을 사는 사람이 바로 소명의 사람이라고 각 장별로 풍부한 예와 구체적 실례를 들어가며 총체적인 소명의 의미를 다룬다. 그리고 뒤이어 14장부터 17장에서는, 소명의 왜곡된 열매인, 자만심의 유혹, 질투의 유혹, 돈과 탐욕의 문제, 죽음에 이르는 죄인 나태함을 각 장별로 다루며 그 문제의 심각성과 이러한 점들을 극복하는 방법들을 은혜와 참된 소명과 연결해서 제시한다. 또한 18장부터 20장까지에서 소명은 세속화를 지향하는 거대한 현대의 압력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영적인 훈련에 정진하고 초자연적인 실제를 경험하며 사는 것이며, 삶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갈라놓고, 사적 영역을 개인의 자유, 성취, 믿음이 작동하는 특별한 장으로 강화시키는 과정인 사유화(privatization)를 강요하는 현대의 압력에 정면으로 대항하며 사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서구 그리스도인의 문제점은 그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곳에서 마땅히 지녀야 할 모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사유화와 더불어, 정치화(politicization), 기둥화(pillarization)의 문제를 지적하며, 사유화는 신앙의 총체성을 부인하고, 정치화는 신앙의 긴장성을 부정하며, 기둥화는 신앙의 변혁성을 약화시킨다고 진단한다. 더불어 소명은 신앙의 총체성을 주장함으로써 사유화에 저항하며, 인간적인 충성과 인간의 상호 관계에 대해 긴장을 유지함으로써 정치화에 저항하며, 사회 속에서 계속적으로 관여하여 사회 변혁을 일으키게 하는 태도와 행동을 요구함으로써 기둥화에 저항하기에, 소명을 재발견함으로 자발적인 협회의 정신을 재발견하고, 공적인 철학을 분명히 정립해 현대사회에 온전하고 효과적으로 침투해야할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는 코스타에서 자주 제기되는 고지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개인화된 신앙을 극복하고, '조국 사회의 복음적 변혁을 위한 미래의 크리스찬 지도자들을 세우려는 우리 코스타의 목적'을 생각할 때 많은 점을 시사해 주며, 깊이 연구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21장에서 26장까지에서는 소명은 다원화를 강요하는 현대의 압력에 정면으로 대항해서 광적으로 되지 않고도 일편단심으로 살게 도와주고, 몽상이나 공상, 잘못된 분파에 빠지는 경향, 그리고 적극적 사고와는 구별된, 참된 비전을 갖고 '한낮에 꿈꾸는 자'로서 살아가도록 해 주며, 일상적이고 비참한 일에도 삶을 변혁시켜 평범함의 광채를 부여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소명은 인생의 어떤 것도 당연시해서는 안 되며 삶의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야 함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논의할 때 은혜를 제거함으로 모든 문제를 도덕적인 차원으로 축소시켜 그 도덕적 판단으로 타인을 공격하고 자신의 우월감을 합리화시키며 마지막에는 하나님에 대한 죄와 적대감을 강화시키는, 즉 하나님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도덕주의에 빠질 위험성을 극복하게 해 준다. 그리고 소명은 자아를 버리고, 고난받고 배척 당한 예수님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제자도의 대가를 치루며, '그리스도를 위한 바보'로 살아가고 '거룩한 어리석음'의 삶을 살 것을 권유하게 해 준다. 소명은 하나님의 때를 분별하여, 그 때를 맞추기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포기하며, 깨어서 준비하며, 결단하게 함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명은 인생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함으로, 이미 도달한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는 미성숙함에서나, 여정 자체가 생활 방식이 되기에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궁극적 과실로 여기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비상한 균형을 이루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목적의식을 갖고 살게 해 주고, 또 직업상의 종결을 소명의 종결로 혼동하지 않게 도와주며, 우리의 인생의 모든 결과를 하나님께 맡김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돕는다. 그래서 경망스럽고 유창하게 '우리의 정체성'을 발견했다고 하는 교만함과, 자신의 중요성을 유지하려고 피곤함과 절망으로 치닫는 삶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의 재능과 소명을 발견하고 진정한 자아를 성취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모두 거짓말쟁이로 단정하며, 자신의 비전과 자신이 성취한 것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 때문에 좌절을 느끼거나, 인생의 이력서에 타협과 실패와 배신과 죄로 얼룩져 있어서 우울함에 빠지게 될 때임에도, 역사의 장막이 걷히고 당신이 하나님이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를 - 그리고 당신이 어떤 존재가 되도록 부름 받았는지를 - 알게 되기까지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말고, '부름받은 존재'로 숭고한 비전에 합당하게 살아감으로, 최후의 부르심이 우리 각자에게 올 때 우리가 완전히 소명에 응답했고, 그 도를 좇았으며, 유종의 미를 거둔 상태로 발견되길 바라며 존 번연의 <천로역정>에 나오는 '진리의 용사'와 같이 마지막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기를 기원함으로써 책을 맺고 있다. 이 책은 본래 묵상의 열매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 장씩 읽도록 기획되었고, 각 장마다 묵상 질문들이 있어서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토론해 나갈 수도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전체가 2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장 한 장이 독립적으로 묵상해도 좋을 만큼 여러 예화와, 잘 짜여진 논리 전개와 더불어, 깊은 묵상의 열매들로 이루어진 소명에 대한 여러 정의와 소명의 다양한 각각의 측면들을 세부적으로 다루지만, 그 각각의 장이 마치 퍼즐의 조각과 같아서 책 전체를 읽어 나가다 보면 소명의 총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게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각 장에 걸쳐 수 많은 사람들과 책, 심지어 영화들까지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아주 절제되어 적소에 적절하게 인용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참고서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무지하고 제한되고 한정된 지식을 가지고 있기에 이 책에서 언급되는 사람들이나 책들의 반 정도 밖에 알지 못하는데, 나와 같은 독자들의 진지한 진리 탐구에 필요한 참고서적이 없다는 점은 참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꼭 집에 소장을 해서 두고 두고 읽고 인용하고 묵상해 보고 싶은 책이며, 무엇보다 기회가 되면 꼭 함께 토론하며 더 깊이 소화해 보고 싶은 책이다. 나를 비롯한 이코스타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인생의 목적을 새롭게 발견하고 성취하며, 자기에게 부여된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은 자들로 살아가는 축복이 임하기를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