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기적을 만들고 있는 동계 올림픽 우리나라 선수단으로부터 낭보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정치도 답답하고, 경제도 아직은 속이 시원하지 않은데 우리나라의 아들, 딸들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마음껏 세계에서 드높이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 행복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난 주간,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서 의외의 결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 선수가 경기를 하는 도중에 중계를 맡은 캐스터가 행한 멘트가 주간 내내 가슴에 남아 있었습니다.
"구겨진 종이가 멀리 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승훈선수는 원래 쇼트트랙 선수였는데 선수 선발 과정에서 대표에 발탁되지 않자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을 해서 이번에 금메달 한 개, 은메달 한 개라는 정말로 기적적인 성적을 낸 영웅이 되었습니다. 종목을 전향한지 7개월만의 일이라니 정말로 믿겨지지 않는 일입니다. 경기 당일, 캐스터가 던진 한 마디는 바로 이승훈선수의 이런 역경을 염두 해두고 한 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구겨진 종이가 멀리 갑니다.'
이 멘트가 적절한 말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듣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을 목회적인 관점에서 당연히 해석을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나름대로의 감동으로 종에게 전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선수를 보면서 로마서 5:3-4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바울이 고백한 말씀이 절절하게 와 닿는 이유는 바울의 고백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이 과정을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결과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오늘의 비극중의 한 단면입니다. 과정의 아름다움을 무시하고 결과만이 좋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에 목적이 중심이 아니라 수단이 중심이 되는 불행이 이 시대를 휘감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최고가 된 운동선수들의 뒷모습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분명히 과정이 아름답다는 것이지요. 만약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과정이 아름답지 않다면 그 최고는 결코 최고일 수 없습니다.
'구겨진 종이가 멀리 갑니다.'는 멘트가 운동선수뿐만이 아니라 우리 성도들에게도 함께 적용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종에게 있습니다. 신앙의 경주에서 승리한 하나님의 사람들의 면면은 전부다 과정의 고난을 극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브라함, 모세, 다윗, 바울, 그리고 예수님마저도 철저하게 고난을 겪은 뒤에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한 자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바울의 로마서 고백은 진리라는 것에 토를 달수가 없습니다.
지난 주간을 보내면서 목사로서 예상치 않았던 공중파 방송국의 중계방송을 보다가 목양의 길에서 힘이 되는 말씀을 받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구겨진 종이가 멀리 갑니다.'
곱씹을수록 가슴에 남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