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부터 시작한 하루 일과가 이제야 끝났다. 예전에 나의 별명은 "과로사 하는 백수"였는데, 지금 별명은 "소녀 가장" 이다.
서울과 제천 거기에 엄마집까지..... 정말 소녀가장이 따로 없다.
며칠 전 밤 9시에 엄마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누가 계속 벨을 눌러대는데 누군지도 모르겠고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도 없이 계속 벨을 누른다. 무서워 죽겠다." 친구와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던 중이었는데 너무 놀라 집으로 차를 밟았다.
친정 집 앞에 도착하고 보니 엄마 친구분이 과일을 배달 시켰는데 그 배달 물건을 가지고 오신 분 이었다. 엄마에게는 사전에 배달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없었던데다가 배달하시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어야만 들리는 조금은 답답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자세히보니 술도 한 잔 걸치신것 같았다. 포도 상자를 받아들고 집으로 들어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너무 놀라하신 엄마를 진정시켜드렸다. 친구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엄마, 도둑이면 담 타넘어 들어오지 벨 안눌러요. 그리고 이렇게 이른 시간에 도둑이 오나요?" 그런데 엄마가 무서운 것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운 이야기를 하셨다. 마음이 저릿저릿하지만 큰소리 쳤다. "아니 뭐가 그리 무서워 문도 못 열어봐? 밖에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니는구만...."
다음 날 서울 식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갑자기 연극 연습이 취소 된 아들이 쫒아내려왔다. 그런데 아들이 갑자기 온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가 나에게 전화를 하셨는데 목소리가 날아간다. "엄마, 엄마에게 아들이 만병통치약이지?" 내 이야기에 엄마가 웃으셨다.
주말을 엄마와 보내고 아들이 서울로 올라간후, 그러니까 일요일 밤. 백운에 사는 선배네 과수원에서 사과따기 행사가 있어 다녀와서 피곤에 지쳐 막 잠이 들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놀라서 받으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너무 아프다고 전화하셨다. 남편과 서둘러 엄마집으로 가 보니 급체를 하셨다면서 눈도 못뜨셨다. 약을 입에 넣어드리고 손을 따고 그런데도 쉽게 나을 기미가 안 보였다. 2시가 넘어 마루에 자리를 보아 남편을 눕게하고 엄마옆에 쪼그리고 누웠다.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새벽에 아이들 아침때문에 집에 와 아이들을 챙기고 다시 엄마 집에 갔다. 다행히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계셨다. 무얼 드셨나고 여쭈어보니 아들과 점심을 거하게 드시고 저녁을 안 드셨더니 10시가 넘어 출출해져서 과일 한조각 드셨는데 그것이 체한 모양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아들과 맛있게 먹은 음식 이야기와 아빠 무덤 앞에서 두시간도 넘게 앉아서 놀다왔다는 이야기를 기쁘게 하셨다. 정이 많은 아들은 가기 전에 엄마를 꼭 안아 준다는 이야기까지....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런 아들이 간 것이 허전해서 체하신거라고....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셨으니 다리 밑에서 주워 온 나는 남편과 낫을 챙겨들고 성결 동산에 가서 열심히 벌초를 했다. (아무리 생각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싶으신 분들 흥분하지 마시라. 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엄마에게 동생처럼 정성껏 잘 못한다.)
암튼 나는 며칠 동안 바쁘게 돌아다녔고, 우리 엄마의 만병통치약은 내 동생, 이 대연이다.
김권사님의 영육의 승리를 위해 늘기도한다고 꼭!!!전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