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연어
은빛 연어는 괴로웠다. 그러면 은빛연어가 혼자 괴로워하는 것을 아는지, 초록강이 스스럼없이 그를 껴안아주곤 한다.
'아저씨는 왜 바다로 가고 싶은 거여요?'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걸.' 강이 시치미를 떼면서 말한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지금도 쉬지 않고 흐르고 있잖아요?' '물론 그건 맞아. 그렇지만 바다로 가야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야.' 은빛연어는 강이 엉뚱한 구석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 없는 삶이 있을까요?' '네 말대로 이유 없는 삶이란 없지. 이 세상 어디에도.' '그럼 아저씨의 삶의 이유는 뭔가요?' '그건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야.' '존재한다는 게 삶의 이유라고요?'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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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란 뭐죠?' '내가 지금 여기서 너를 감싸고 있는 것, 나는 여기 있음으로 해서 너의 배경이 되는 거야.' '아하!' 똑같은 단어도 누가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엄청나게 의미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은빛연어는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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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 알겠니?' '네.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그렇지.' '그러면 연어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인가요?' '그래, 그렇고말고.'
『 안도현의 '연어' 中에서 』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