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주, 그러니까 정확하게 1년이다. 그렇게 계산한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됐다. 사도권의 변론적인 방어라는 분명한 테제가 있는 메시지가 고린도후서이기에 정글 같은 로컬 처치 필드에서 고린도후서를 강해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주마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목사로 살고 있는 나이기에 바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어떤 때는 분노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의기소침하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울고 웃기도 한 고린도후서 강해를 오늘 마쳤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담임목사의 설교를 인내하며 들어준 세인 교우들에게 감사하다. 설교를 들어주는 성도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마지막 강해의 제목을 ‘축도를 받았습니까?’로 정했다. 본문이 13:13절인고로. 1992년 5월 3일 주일에 목사 된 신분으로 축도를 행해왔는데, 오늘 설교를 하면서 많이 반성했다, 나는 바울처럼 치열한 전쟁을 한 판 벌인 고린도교회의 적대자들을 향하여 진정성이 있는 축도의 마음으로 교우들에게 축도를 선포했는지. 하나님께 감사하다. 이 까칠하기 그지없는 자를 조명하셔서 세인교회 강단에서 고린도후서 강해를 마감하게 하시다니! 주군께 엎드리며 감사를 표한다. 오늘 용기를 냈다. 강해를 마치며 설교 말미에 아론의 축도를 히브리어로, 바울의 축도는 헬라어로 행했다. 세인 교회의 지체들 모두에게 이 복이 임하기를 강복했다.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께서 자신의 얼굴로 네게 빛을 비추사 네게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고 여호와께서 자신의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민수기 6:24-26)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고후 13:13) 몇 주는 숨고르기를 하려 한다. 제목 설교를 행하며 치열함에서 조금은 숨을 돌리려 한다. 하지만 신약성서 강해로 남아 있는 히브리서를 생각할 때 어지럽다. 또 이 산은 어떻게 넘어야 할지. 주일 예배가 제일 멀리 있는 지금 이 시간, 세인교회 서재에서 내려다보이는 제천 시내가 너무 평화로워 적막하기까지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