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앨범

제목추천사(2) 오생락 목사2024-06-05 14:48
작성자 Level 10

재야(在野)의 고수숨은 고수와 나누는 목양 담론

 

진한 감동이 느껴지는 영화일수록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이 다 올라갈 때까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시골목사의 목양심서>가 내겐 그랬다단번에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다하지만 쉽게 책을 덮지는 못했다정글 같은 목회현장에서 치열하게 사역했던 저자의 감정들희로애락의 편린들이 하나씩 날아와 내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누군가에게 보탬은 되지 못할지언정 폐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 때문이었을까책에서 눈을 뗀 후 한참이나 애먼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며칠 전 추천사를 써 달라며 원고를 보내온 친구의 청을 끝까지 거절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러웠다.

 

내가 목회자로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고(은보(恩步옥한흠 목사다은보는 설교를 십자가로 규정했다설교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은보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이다여기서 은보가 말하는 십자가란 힘들고무겁고벗어버리고 싶은 것설교자에게 고통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은보는 설교자로써 합당한 인격과 지성영성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매주 설교 준비를 위해 30시간 이상씩 진액을 쏟으며 해산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그야말로 목회여정 내내 치열하고도 지난한 시간들을 보냈던 것이다.

 

은보 이후 나는 또 한 사람의 치열한 목회자설교자를 만났다바로 이 책의 저자다저자는 매주 세 편의 설교를 위해 A4용지 20매의 원고를 작성하고신문사에 기고를 하며두 권 이상의 책을 읽은 후 서평까지 쓴다심지어 사우나에 가서 반신욕을 하면서도 무려 150 페이지 이상의 책을 읽는 목회자다이쯤 되면 반신욕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책을 읽기 위해 반신욕을 하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그는 한 해에 78권의 책을 읽고도 목표했던 100권을 채우지 못해 부끄럽다고 고백한다이러한 치열함은 그로 하여금 스펙트럼이 넓은 목회자가 되게 했다진보와 보수는 물론이요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까지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목회자인 것이다그 치열함이 가져다 준 가장 큰 열매는 단연코 그의 설교다천박한 설교당장 쓰레기통에 집어던져도 조금도 아깝지 않을 설교들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강단을 오염시키는 현실 속에서 그가 매주 깊이 있는 설교결이 다른 설교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그 치열함 때문이리라.

 

나는 테니스를 좋아한다또한 테니스 선수 가운데 클레이코트의 황제흙신’ 등의 별명을 가진 라파엘 나달’(라파)의 광팬이다라파가 로저 페더러노박 조코비치 등과 함께 테니스계의 빅3이기 때문만은 아니다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바로 그의 성실함과 겸손함 때문이다지난 6월 9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에서 12번째 우승을 차지한 후 라파에게 기자가 물었다. “지난 1월에 노박 조코비치가 호주오픈을 우승함으로써 15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컵을 들어 올렸는데페더러의 20번 우승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고 말했다당신은 이번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그랜드슬램에서 18번 우승했다그랜드슬램 우승측면에서 당신은 놀랍게도 페더러와 단 2개 차이로 좁혀졌다앞으로 어떤 목표가 있는가?” 라파가 대답했다. “우리 셋은 서로에 대해 큰 격려와 자극이 된다그렇다고 페더러의 그랜드슬램 기록에 내가 도전을 하고 넘어서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이웃집에 더 좋은 TV가 있고더 넓고 화려한 정원이 있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욕심을 내거나 하는 것은 내 삶의 방식이 아니다.” 기자의 예상을 빗나간 라파의 대답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30세가 훌쩍 넘은 나이부상으로 인한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여전히 라파가 빅3로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다른 경쟁 상대를 존중하고 높여주며성실함과 겸손함으로 자기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테니스만 잘 친다고 고수가 되는 게 아니듯이 목회만 잘 한다고(?) 고수가 되는 건 아니다나는 저자를 일컬어 재야(在野)의 고수숨은 고수라 부른다그 말은 진심이다그가 책을 많이 읽고글을 잘 쓰고목회를 잘하고설교를 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그의 삶과 목회에 겸손함이 배어있기 때문이다내가 섬기는 하늘평안교회에 저자를 설교자로 초청한 적이 있다그 때 저자가 아들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서울신학대학교 신대원에서 설교의 이론과 실제라는 과목을 통해 나에게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는 저자의 아들이, “아버지오생락 목사님이 동기시죠친구니까 좀 배우세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그 말을 듣고 조금은 시기심이 생겼지만 오히려 너무 감사했다는 저자의 말을 듣고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겸손함과 당당함을 겸비한 진정한 고수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배당을 건축하고 입당하는 감격스러운 순간에도섬기는 세인교회가 혹시라도 세속화의 물결에 함몰될까봐 염려할 정도로건강한 고민을 안고 사는 목회자다시대와 역사를 보는 안목 또한 탁월하다그 뿐만이 아니다성도들과 함께 울고 웃는 가슴 따뜻한 목회자다故 서정수 집사의 글이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도 그에게 따뜻한 가슴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또한 저자는 음악과 문학커피를 아는 감성이 풍부한 목회자이며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목회자이기도 하다나는 목사 같은(?) 목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아니솔직히 말하면 싫어한다그런 사람을 만나면 왠지 숨이 막히기 때문이다그래서 사람 냄새나는 저자가 나는 좋다신학교 동기인 저자는 나에게 있어서 매우 특별한 지음’(知音)이다지음이 곁에 있어서 기쁘다그 지음을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지음의 세 번째 책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다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견지망월(見指望月)의 우를 범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 책을 먼저지성과 영성의 균형을 갖추기 원하는 목회자와 설교자들에게 권한다아직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목회의 여정을 준비하는 신학생들에게도 권한다특히 신학과 목회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원하는 신학생이라면 지체하거나 미루지 말기를 바란다또한 목회자의 삶을 이해하고목회자와 더불어 섬기는 교회를 보다 더 건강하게 세우기를 원하는 평신도들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다마지막으로 가족이나 친구동역자 가운데 환우가 있는 분들이라면 故 서정수 집사의 글을 꼭 읽기를 추천한다. “당시의 나는 그 분들의 아픔을 백분의 일도 공감하지 못했었고지금의 나는 그 아픔을 온몸과 마음으로 감당하고 있다어떤 위로의 행위도 공감이 전제되지 않으면참된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이렇게 알게 되었다.”는 그의 고백들을 접하노라면우리가 그동안 주변의 환우들에게 얼마나 값싼 동정을 했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하나님아들이 절대로 나 같은 목회자가 되지 않게 해 주십시오아버지인 내가 본받을 수 있는 성령이 기름 부은 지성적 목회자가 되게 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애끊는 심정으로 기도하는 저자의 기도를 읽는 순간 겟세마네의 주님이 떠오른 이유를 모르겠다. “친구여자네는 아들이 가장 많이 닮고 본받아야 할 참된 목회자의 표상이라네그리고 자네 아들은 벌써 자네를 아주 많이 닮아 있다네물론언젠가 자네를 뛰어넘고야 말겠지만.” 동병상련(?) 때문이었을까가까스로 참았던 눈물을 결국 쏟아내고야 말았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