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종호의 연세대 신학과 입학에 즈음하여
직전 교회에 막 부임을 했을 때, 30대 중반의 한 교우가 저에게 찾아와 신학교 추천서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가 신학교를 가겠다고 저에게 추천서를 의뢰하면서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회에서 이것도 해 보고, 저 것도 해보았는데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다 실패했습니다. 이건 분명히 하나님께서 제 길을 막으셨기 때문입니다. 해서 억울하지만 더 매 맞기 싫어서 신학교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단호하게 추천서를 써 줄 수 없노라고 거부했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⓵ 세상에서 다 해보았는데 다 실패했기에 이제는 신학교를 가겠다는 발언에 대한 분노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 친구가 목회자가 되는 것을 얼마나 우습게보았으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에 대한 괘씸함 때문이었습니다.
⓶ 그는 지적인 능력에 있어서 바른 신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저에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명만 있지 실력이 안 되는 자들이 신학을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저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학교에 들어가 하나님을 위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허나 제 마음 속에는 신학교에 가려는 사람들은 적어도 세 가지의 자격을 구비했으면 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니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⓵ 정상적인 가정에서 부모들이 올바른 신앙적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것을 보고 자라며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에 있는 자녀가 신학을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⓶ 가능하면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상위권에 있었던 학생이었으면 하는 점입니다.
⓷ 하나님께서 나를 만드셨다는 로드십을 인정하는 학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이 믿음이 있어야 하나님이 여전히 나를 만드시는 분임을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호는 지난 대학 수학능력 시험에서 정말로 아쉽게 국어 평가에서 두 문제를 틀린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적어도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진로에 대한 많은 길이 열려 있었을 것이고, 본인이 마음을 먹으면 나름 엘리트주의, 성공지상주의 천국인 대한민국 사회에 부합하는 길로 충분히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 아이보다 부모가 더 그런 세속적 영예가 보장되어 있는 길로 아들을 압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종호도. 장진영, 김문숙집사도 서로 인격적인 대화와 기도 중에 종호를 연세대학교 신학과에 지원하도록 로 했고, 그 결과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일련의 일을 경험하면서 저는 그 가정을 위해 중보하고 응원하는 담임목사로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임했습니다. 조금 더 과장법을 동원하여 표현한다면 이 일은 제천에서 사역을 시작한 16년이라는 세월의 굴곡 안에서 저를 가장 기쁘게 해 준 복음과도 같은 쾌거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교회전성시대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교회를 달갑게 보는 시대는 더 더욱 아닙니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한국교회의 미래의 색깔이 BLUE COLOR입니다. 이런 상황에 신학이라는 학문을 택한다는 것은 세간의 시선으로 접근하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길을 선택한 종호에게는 목사로서 표할 수 있는 최고의 격려를, 부모집사님들에게는 더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뜨거운 격려와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아들에게 신학의 지평을 열며 걸어가도록 부모가 함께 힘을 합칠 수 있었던 가장자리에는 종호도, 사랑하는 집사님 부모도 섬기고 있는 담임목사의 사역의 정신과 신학의 패러다임을 인정해 주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더욱 같은 길을 가기 위해 첫 걸음을 내디딘 종호와 장 집사님과 김 집사님을 강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학자로 서 가는 길은 정말로 녹록하지 않습니다. 엄청난 수고와 노력 그리고 각고의 헌신과 최고의 공부가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호의 심성을 압니다. 그래서 너무 귀하고 또 귀합니다. 해서 제가 사역을 하는 동안은 물론 은퇴 이후에도 종호에게 신학을 먼저 한 선배로, 학교 동문 선배로, 그리고 종호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담당했던 처녀 목사로서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를 지성과 영성으로 다시 살리는 바울과 같은 동량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종호가 아베 피에르와 유진 피터슨과 같은 영성을 갖춘 신학자로, 존 스토트와 팀 켈러와 같은 영성과 지성을 겸비한 목회적 신학자로, 톰 라이트, 마크 놀 그리고 마이클 호튼과도 같은 최고의 신학자가 되기를 기도할 것입니다.
종호의 연세대학교 신학과 입학 소식은 제천세인교회의 최고의 쾌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