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께. 수능 당일 기도회와 학생 심방을 마치고 밤 11시 경 집에 들어가니 청소한다고 이곳저곳을 온통 뒤집어 놓으신 어머니께서 저를 맞이하시더군요. "야 집안 곳곳이 고양이털이야!", "좀 깨끗하게 하고 살아라." 잔소리인 듯 잔소리 아닌 말끝에 어머니는 한 마디를 더 보태셨습니다. "아빠 교단 가입이 또 무산됐어." 그제서야 집으로 귀가하던 길에 보았던 아버지께서 페이스북 올린 담벼락의 글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오라 해서 갔다. 갔는데 다시 가라고 해서 다시 돌아갔다. 얼마 후 다시 오라 해서 갔다. 헌데 또 다시 가라고 해서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바보로 산다. 바보로 살다보니 내가 가지고 살아온 그리고 믿어온 것이 흔들릴 때가 간혹 있다. 그렇지만 그냥 바보로 살련다. 왜? 그냥 바보가 좋으니까” 하나 뿐인 아들로서 ‘성결교단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아버지의 글을 읽어보니, 도리어 그 동안 해야 했으나 하고 싶었으나 참아왔던 일성들을 토해내시는 것 같아 한 편으론 후련하기도, 그러나 또 한 편으론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당신께서 출판하신 첫 번째 책의 서론에 당신은 그렇게 쓰셨습니다. “한국교회는 필자의 영원한 짝사랑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출판한 책에서 ‘한국교회’라는 단어를 사용하신 횟수를 세보니 약 80번, ‘교회’라는 단어를 사용하신 횟수는 약 500번 정도 되더군요. 그래서 속상했습니다. 아니, 아쉬웠다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합니다. 아들이 살아온 29년의 일생동안 아버지 당신보다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분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버지께서 성결교단에 남기신 가장 큰 흔적, 그리고 지울 수도 없는 흔적인 아들은 인정하기에 말입니다. 어쩌면 현 시점은 약 10년 전의 그 날처럼 춥고, 쓸쓸하실 수도, 믿음의 흔들림으로 마음이 공허하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두 번째 책에서 말씀 하셨잖습니까? “영혼의 떨림과 울림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양의 현장의 치열한 싸움이라 하셨고, … (중략) … 그래서 나 또한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그리고 바장이는 욕망으로 인해 썩은 냄새가 진동하지 않기를 바동거리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아들은 당신께서 지금도 짝사랑하는 ‘한국교회를 향하여(흔적을 지우겠다는 성결교회도)’ 치열한 싸움을 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동시에 삶의 흔들림을 영혼의 바동거림으로 그리고 그 바동거림을 다시 삶으로 살아내시리라 확신합니다. 당신은 그런 ‘목사’시니까요. 아버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참 많은 신학생들은 소위 성공했다 평가 받는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을 멘토로 삼고 그들처럼 되기를 소망합니다. 어떤 녀석들은 교회 세습한 목사들을 두둔하며, 부흥 시키고 건강하게 목회하면 되는 거라고 자위하며 도리어 세습 받기를 꿈꾸기도 합니다. 마치 자기가 세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듯 말입니다, 그러나 신학생으로 살아본 지 10년 그리고 아빠의 아들로서 살아본 시간 29년 동안 제 유일한 멘토는 ‘비주류로 평가받는 목사’인 ‘이강덕’이었고,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께서 ‘김기석 목사’의 글이 한국교회가 붙잡아야 할 아딧줄이라고 평가 했듯이 제게 한국교회가 붙잡아야 할 아딧줄은 ‘이강덕 목사’의 글이자 설교였으며, 그의 삶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군이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그렇게 주류에서 비주류로 탈락되었을 때, 당신은 저에게 삶으로 가르치셨습니다. 예수의 바보스러움을 본받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가치라고 말입니다. 당신처럼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당신처럼 한국교회를 위하여 우는 것 그것이 내가 아는 목사가 걷는 바보의 길이며, 그것이 한국교회가 붙잡아야 할 아딧줄임을 자신하기에 당신은 나의 영원한 멘토이십니다. 그러니 아버지 흔들리더라도 담대히 이 길을 함께 걸읍시다. 당신이 가는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지 않습니까? 아들의 신학대 입학이 스러져가는 조국교회를 마지막까지 붙들라는 명령으로 들리셨다 하셨으니 그 임무 끝까지 완수하십시오. 뒤 따르겠습니다. 다윗의 열쇠란 선교단체를 세우며 귀한 사역을 감당하는 김 선교 선교사는 이단 시비를 받고 있는 그의 아버지인 ‘김용의 선교사님’을 향해 이렇게 응원하더군요. ‘아바이 동무 땅 끝에서 죽어 하늘 복판에서 만납시다.’ 사랑하는 아버지. 우리도 조국교회의 그루터기들을 다시 세우기 위해 썩어져, 하늘 복판에서 만납시다.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이지 않겠습니까. 자부심 가지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