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단양군 적성면에 있는 말 그대로 깡촌에 위치해 있는 헌책방 세한서점에 다녀왔습니다. 섬기는 교회 집사님을 통해 알게 된 세한서점을 가기 위해 네비에 따라 찾아간 곳은 정말로 믿기 어려운 위치였습니다. 산골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서점(?), 정말로 눈으로 보았으니 서점이지 도무지 믿기지 않는 헌책방이었습니다. 총 장서 120,000여권이 너무나 허술한 판자 집으로 만들어진 서고에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점잖은 말로 진열이지 랜덤으로 쌓여 있는 헌책방이기에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험한 곳을 찾아간 저로서 느끼는 감동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로 할 수 없는 서점 주인의 책 광기가 만들어 놓은 날고기 같은 너저분함이 저에게는 너무나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북 카페를 찾아 서점 방문도 하나의 레저요, 교양인의 선택 기호가 된 디지털 시대에 말 그대로 서점인가? 아니면 책을 방치한 랜덤인가? 를 되물어야 하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서점 여행은 무엇이 정말로 귀한 것이지를 묻게 해주고 답을 찾게 해준 귀한 여행이었습니다. 많이 손 타지 않은 새 책 같은 로버트 에링턴의 ‘서양 윤리학사’를 기쁨으로 건졌습니다. 근래 니체가 많이 보이던 차인데 아주 작은 돈으로 결코 돈 주고 살 수 없는 횡재했습니다. 서점 여행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갈탄을 때는 굴뚝에서 올라오는 70년대의 내음새도 맡아보아 옛날 어려웠던 시절을 다시 복기해보았고, 도시로 나오는 길목에서 통과하는 이끼 터널의 멋은 여행의 보너스였습니다. 시간을 내 자주 가보기로 마음먹고 추억의 서점 여행을 마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