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의 오늘 밤
달을 보며 생각한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한가위의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들.
한라산 기슭에도 태백산 골짜기 두메 산골에도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 어린이들.
몇 명이나 될까 헤아릴 순 없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어린이 어린이들.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달빛에 빛나는 하얀 이마 달빛에 빛나는 까만 눈동자
모르는 그 누구도 달을 보면서 오늘 밤 달을 보는 나를 생각할까.
모르는 그 누구도 달을 보면서 오늘 밤 달을 보는 내게로 따뜻한 마음의 손을 내밀까.
그야 모르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모든 어린이들이 어쩐지 정답게 느껴진다.
언제 만날지 어떻게 사귀게 될지 그야 모르지만 오늘 밤 달을 보는 나는 따뜻한 마음의 손을 서로 잡고 있는 것 같다. (박목월·시인, 1916-19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