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터 이야기

제목교회 창립 16주년에 부쳐 2025-04-26 08:22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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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자라는 것이 없으면서도 모든 것이 모자랐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 열린 책들, 431)

 

아주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지성적 성찰에 대해 존중하지만, 그의 신앙적 틀이나 경로에 대해 동의하지 않습니다. 목사이기에 그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선을 넘을 때, 혹은 자유로운 영혼의 날갯짓을 할 때, 그의 지적 성향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 다름을 나쁨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지, 그렇다고 그의 행보에 대해 박수치며 지지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이런 아슬아슬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앞에 소개한 니코스의 이런 갈파는 제게 적지 않은 울림을 주기에 그의 글에 천착하곤 합니다.

모자라는 게 없으면서 모든 것이 모자랐다.” 말한 작가의 성찰은 웬만한 철학적 이성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결국, 이런 지성적 몰입이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9번이나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고, 전 세계의 지성인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촉수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은 교회 창립 16주년 기념 주일입니다. 교회를 개척한 목사에게 여유, 만족, 넉넉함, 나눌 수 있는 여백 등등의 단어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역이 빠듯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지난 16년을 뒤돌아보면 조금 더의 올가미가 족쇄가 되어 나를 몰아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나는 나를 긴장시키려고 노력했고, 나를 치려고 압박했고,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나를 옥죄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즌을 보내면서 내게 임한 목회적 명제는 나의 것이 아닌 것을 나의 것으로 생각하고 그걸 도구 삼아 달리려 했던 나를 발견한 의외의 수확을 주께서 허락하셨습니다. 이것을 알게 하심은 코로나로 인한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목회의 마지막 필드에 들어선 제게 하나님이 주신 보물 같은 선물이었습니다.

지난 16년을 돌아보니 하나님이 제게, 그리고 세인교회에 너무 많은 걸 주셨습니다. 그 은혜가 족한 데, 어리석게도 조금 더에 천착해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비교 의식, 경쟁의식, 상대적 평가가 얼마나 천박한 일인가를 새삼 느끼며 진정한 하나님의 뜻을 분멸하고 다잡이하는 목회의 시기가 오늘 교회 창립 16주년 주일에 내가 지녀야 할 하나님의 마음임을 오롯이 각인해 봅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대로 모자란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적다고 평가함으로 진짜 모자름이 많은 어리석은 목사로 사역을 마무리하지 말아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오늘 주일입니다.

주님은 누구에게나 세인 공동체를 섬기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대와 나를 인정하기에 세인 교회를 허락하셔서 교회를 사랑하게 하셨고, 섬기게 하셨습니다. 이 감사를 모르는 자는 정말 모자란 것 투성이인 존재가 됩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혜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맡겨주신 교회를 하나님의 마음에 합당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크리스티아노스들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하나님은 그대와 저를 사랑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