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이라는 동네는 참 매력적입니다. 원래 ‘堤’라는 한자가 둑을 쌓는 제방이라는 의미가 있는 단어입니다. 흐르는 천의 제방을 막아 만든 동네가 제천입니다. 이 말은 제천이 다른 여타 지역에 비해 고도가 높은 곳에 있음을 알려주는 정보이기도 합니다. 지대가 높다 보니 공기가 좋습니다. 제천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20km 이내에 물 좋은 계곡도 있습니다. 어느 계곡을 가든 물이 깨끗하여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매력도 있습니다. 이런 좋은 동네에서 산 지가 벌써 14년이 되어갑니다. 사실, 제천이라는 동네는 저에게는 생면부지의 땅이었습니다. 이곳에 들어올 때 단 한 명의 지인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제천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란 고등학교 시절, 한국 지리 시간에 대학입시를 위해 머릿속에 암기했던 의림지라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가 있는 곳, 철도 충북선의 분기점이 되는 도시, 한국 최대의 시멘트 생산지 정도, 그리고 하나 더, 조선 시대에 유배지가 될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라는 것이 알고 있는 지식의 전부였으니 저에게 제천은 이방의 땅과 같았던 곳입니다.” 이 글은 2016년에 처녀 발간한 저의 첫 번째 저서인 『시골 목사의 행복한 글 여행』 프롤로그에 수록된 문장입니다. 이렇게 물 좋고 공기 좋은 고장인 제천에 주민등록을 옮겨 산 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제천을 제2의 고향이라고 힘주어 말해도 제게는 지나치지 않은 고백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천은 제 고향이 아닙니다. 제 고향은 인천이기 때문입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목회 사역을 마무리하고 현직에서 물러나 은퇴를 하면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왜 그토록 고향에 가고 싶은 것일까? 근래 다녀온 고향에는 과거 제가 놀고 뛰었던 고향 내음이 전혀 보이지를 않는 생경한 곳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고향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엄마의 젖 내음이 있다고 말하면 답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중국인들에 의해 자기들의 지성적 자존심이라고 말할 정도로 존경받고 있는 루쉰은 그의 걸작 단편인 『고향』에서 20년 만에 찾은 고향 방문기를 통해 어릴 적 간직했던 고향의 향기를 전혀 발견하지 못한 탓에 극도로 실망하며 돌아오다가 이 유명한 어록을 남겼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루쉰의 이 촌철살인을 만났을 때, 도리어 나는 아이러니한 감동이 임했던 것을 오롯이 기억합니다. 이 명문(銘文)은 기대하고 갔던 고향이 준 실망이 준 값진 선물이었다고. 결국, 고향은 낯설고 낯설어도 영원한 품인 것이 맞습니다.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고향을 찾아오신 세인 가족을 축복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들이 눈물로 지키며 세운 고향 교회가 여러분을 위해 중단하지 않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라는 천재지변을 겪은 고향 교회도 힘든 과정을 경험했지만,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일어서서 여러분이 붙들 수 있는 아딧줄이 되어 드릴 것입니다. 고향이 있다는 것이 너무 큰 감사의 조건이지만, 그 감사가 배가 되도록 하기 위해 고향 교회는 오늘도 엎드리고 있습니다. 고향에 오신 여러분을 따뜻하게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