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친구 목사들의 신경이 대단히 날카로워져 있는 것을 실감한다. 목회 연수가 짧든 길든 어느 새부터 개교회 사무총회는 담임목사들의 1년 성적표가 되어 버린 이상한 풍토가 조성되다보니 친구 목사들이 극도로 예민한 게 사실이다. 친구 목사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이 목사, 12월은 달력에 없었으면 좋겠어.” 무슨 말인지 천번 만번 이해한다. 코로나 괴물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상당히 많은 교회들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대형교회들이야 그 체감의 내용이 덜 할지 모르겠지만, 중소 교회를 포함한 적지 않은 교회들이 존폐를 논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친구 목사들이 내비친 고충이 바로 내 고충이요, 내 고민이라는 것을 알고 동변상련의 애틋함을 느꼈다. 개신교 기관이 운영하는 교회 리서치 연구소 보고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 교회의 상태보다 코로나 이후의 현재상태(status quo)는 재정적인 면은 물론, 교인들의 재적 현황,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미래 예측 기상도마저도 바닥을 치고 또 칠 것이라고 보고한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왜 아니 그럴까 싶다. 세인교회도 코로나 이전에 함께 동고동락했던 신자들(물론 무늬만 그리스도인이 거의 대부분이기는 하지만)이 상당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예외가 아니며 치외법권적인 지역이 아님을 나 또한 직시한다. 제15회 사무총회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세인공동체를 책임지고 있는 담임목사로써 지난 3년 아니, 이제 4년이 되어가는 어간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정리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궐석신자들의 제명이다. 2024년차 사무총회 회의록에는 꼭 정리하리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마음만 그렇지 총회록 교회 공동체 명부에서 제명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변명 같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사무총회록에서도 정회원 명부에서는 뺐지만, 장기 결석자 명부에 기재하여 준회원으로 기록을 남겼다. 1년만 더 남겨두기로. 이런 회원들만도 45명에 이른다. 이들의 이름에 미련을 두고 남겨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물론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안다. 저들의 마음이 얼마나 강퍅하게 굳어져 있는지도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을 세인 교회 교우 명부에서 완전히 정리하지 못하는 목회자의 마음은 3년 간 열매를 맺지 못한 무화과 나무를 뽑아버리는 농장 주인의 압박이 매서웠음에도 불구하고, 1년만 더 시간을 달라고 애원했던 과수원지기의 마음이다. 이제나 저제나의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제15회 사무총회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사무총회는 시무 장로를 세우기 위해 피택 선거를 해야 하고, 피택 시무권사 인준도 해야 하는 중요한 안건을 다루는 총회다. 코로나 시즌 동안 전도를 통한 교세 성장은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다만 현상태 유지를 목적으로 삼을 정도로 목양이 버거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처음 실시되는 이번 총회는 총회록을 정리하다보니 정회원이 9명이 증가된 기쁨도 확인했다. 예전 같으면 10여 명의 새신자들이 등록하는 것은 매우 빈번한 일이라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일이었지만, 펜데믹이 끝난 이듬해라서 그런지 세인 공동체의 멤버십으로 합세한 지체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 그럼에도 담임목사의 마음 한 켠에는 궐석신자들이 오롯이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 저들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또 이렇게 엎드린다. “주님, 저들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저들을 끝까지 사랑하게 하소서.” 2024년도 세인교회 표어가 궐석신자들에게 꼭 이루어지기를 두 손 모아본다.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교회” (요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