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지난 목요일이었습니다. 우연히 포털 사이트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대문을 열었는데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이 플래시 화면 속에서 걸어가는 그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창 마지막에 이렇게 기록되었습니다.
“세계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
아, 이런 날도 있었구나 생각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졌습니다. 다시 걷기를 시작한 이래, 둘레 길에 어림잡아 5명당 한 명 꼴로 본인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나 개를 데리고 산보를 나온 것을 종종 봅니다. 각양의 옷을 입혀 뽐낼 수 있는 각기의 치장을 한 강아지들을 보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 즈음에, 목사 안수 동기가 단체 톡에 슬픈 얼굴을 띤 채로 장례식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노부모께서 소천하셨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거의 십 수 년을 키우던 강아지가 노환으로 병사를 하여 개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룬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에 올라온 친구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부모 喪을 당하고 초췌한 상태에서 찍은 것 같은 친구의 사진을 보다가 여러 생각이 지나쳤습니다. 긍정 반, 부정 반, 뭐 이런 소회였습니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 보는 견해가 다르고, 생각도 다르니 뭐라 딱히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저 역시 개인적인 소감으로 한 마디를 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조금 심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이 기르는 애완 가축동물에 대한 법이 엣 날과는 달리 많이 변했습니다. 듣자하니 애완동물을 다루는 법과 조례들이 엄격하게 법제화되어 있다는 정보도 익히 듣고 알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친 동물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이제는 애완가축들을 여러 가지로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저 역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할 것이 이제는 지천입니다. 물론 동물들을 고의로 학대를 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친 동물적이지 않은 아내와 저는 이래저래 조심하는 편입니다. 한 번은 아내와 함께 걷는데 목줄을 하지 않은 강아지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자, 아내가 기겁을 하고 제 뒤쪽으로 피했습니다. 그러자 주인이 웃으며 한 마디를 했습니다. “우리 애는 물지 않아요.” 아내가 그 말을 받아 그 치에게 냉소적으로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말하거든요. 목줄을 채워야죠.” 그리고 제게도 한 마디 던졌습니다. “나는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아주 기분 나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해. 다 저렇게 말하잖아요." 이제는 사람 비위를 맞추는 것도 모자라 개들의 비위도 맞추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점점 개 천국이 되어 가고 있는데 사람은 왜 이렇게 살기 어려운 거죠? 아주 가끔 교우들이 대접하는 보신탕 먹을 날도 이제는 아, 옛날이여! 가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