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양치를 하면 잇몸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치아는 외탁을 해서 고르지 못한 이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고, 어려서 어머니의 사랑 많은 무관심(?)으로 인해 더 더군다나 치아 관리를 잘 못했던 터라 교정을 많이 한 상태기이기에 이후 치아 관리를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헌데 잇몸에서 피가 나는 상태가 심상치 않아 3주 전, 치과에 다녀온 결과 잇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라는 진단을 받고 연속하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교정한 치아의 상태도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서 조만간 다시 한 번 대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의사의 진단도 받았지만 시급한 것은 잇몸을 강화시켜주는 치료가 급선무라는 이야기를 듣고 2주 째 잇몸 치료를 받고 다음 주간에 다시 한 번 마지막 잇몸 치료를 받을 예정으로 있습니다. 첫 번째 치료를 받던 날, 의사가 저에게 한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습니다. “목사님, 양치를 아주 열심히 하시지요? 너무 열심히 하시는 양치 때문에 잇몸이 몸살을 앓고 있어요. 치근(齒根)도 많이 상해 있고요, 치결(齒玦)도 좋지 않아요. 열심을 내는 것을 조금 절제하셔야겠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어느 날은 하루에 7-8번씩 양치를 하는 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치아에 대한 추억이 워낙 안 좋아 병적으로 양치를 했던 것이 도리어 치아를 상하게 만든 원인이었다는 의사의 말은 기막힌 지적이었습니다. 의사는 첫 번째 치료를 하는 날, 양치하는 법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초등학교 학생처럼 저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위, 아래, 위 위 아래 그리고 결대로 살살 부드럽게 양치하세요.” 치과 치료를 받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막상 치료를 받게 되면 그냥 용기를 내서 치료를 받지만 그 치료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정말로 싫지 않습니까? 저도 예외는 아니라 잇몸에서 피가 나는 데도 차일피일 미룬 것이 치아 상태가 더 많이 안 좋게 한 원인임을 지적 받고 뭐든지 때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하게 되었습니다. 사자성어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이지요. 치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라 치아를 병적으로 관리하려던 지나침이 도리어 치아를 더 상하게 한 것을 보면서 이 사자성어가 생각났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오늘 우리나라의 작금의 상태가 떠올랐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상식적인 것이 무너진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해서 일 것입니다. 이런 상식의 파괴가 가져온 충격이 너무 커서 당분간 이 목소리는 더 큰 울림들이 되어 공동체를 공명할 것이 뻔합니다. 그럼에도 현직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는 벌써부터 염려스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후입니다. 이 회오리가 지나가고 난 다음, 과연 준비된 다음 타자가 진짜로 있는가? 에 대한 염려입니다. 물론 지금보다야 낫겠지만 너무 목소리가 커서 그 다음의 준비가 소홀한 것은 아닌가하여 심히 염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를 너무 열심히 닦으셔서 치아와 잇몸이 많이 상했습니다.”는 의사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혹시 지금 우리들의 공동체가 과유불급의 누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 때문입니다. 치과에 다녀온 뒤로 위, 아래 위 위, 아래의 순서대로 지나치지 않게 양치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더 망가지지 않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