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30년 만에2024-03-27 11:40
작성자 Level 10

30년 만에

 

지난 주 제주도엘 다녀왔습니다. 신학교 동기들이 입학 30주년을 기념하여 부부 수련회를 제주도 일대에서 가졌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여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나 설렘은 없었지만 도리어 신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지난 동기들의 근황과 만남이라는 설렘이 있어서 행복한 시간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뱃살이 나와서 허리가 잘 굽혀지지 않을 정도로 중년이 되어버린 친구들, 머리카락이 다 빠져 60대로 보이는 친구들, 이제 까만 머리는 군데군데 보이고 온통 흰 머리로 도배를 한 친구들, 아무리 화장을 하고 변장을 했어도 목 줄기에 선명하게 보이는 나잇 주름들은 숨길 수 없었던 친구의 아내들을 보면서, 교제하는 시간에 40주년을 내나보며 그 때도 변함없이 함께 시간을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제 떠나는 것도 준비해야 하는 나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세월이 그 만큼 흘렀음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는 것이 겁나지는 않지만 그러나 남은 시간들을 이제는 책임지는 삶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를 곱씹는 귀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지면서 행복했습니다.

30년 전 졸업 여행지가 제주도였습니다. 사역을 앞두고 저마다의 목양의 꿈을 꾸며 미래와 비전에 부풀어 있었던 친구들이 30년이 지나 다시 찾은 제주에서 이만큼의 시간이 지났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음을 또한 발견하며 기뻤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꿈을 향하여 달려간다는 시들지 않은 열정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을 위한 감각은 많이 떨어졌지만, 순발력은 예전만 같지 않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만큼은 식지 않은 친구들을 보면서 사명이 있는 자는 늙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어느 보도에서 평균 수명에 있어서 성직자들이 다른 종류의 직업군보다 훨씬 더 높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위안을 삼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산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나 위로가 아니라 인간의 내적인 평강과 화평을 추구하는 성직자이기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삶에 대하여 관조하고 여유로워야 하는 성직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위로였습니다. 20대 초반에 함께 뒹굴고 부대끼고 울고 웃었던 친구들이었기에 30년 만에 만난 중년이 되어 만났지만 그 때로 돌아가 함께 막 말하고, 함께 시답지 않은 이야기도 하고 함께 큰 소리로 웃고 나누는 귀한 2박 3일 동안 현장에서 무겁게 내려 앉았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며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10년 뒤 40년 기념 모임 때 친구가 말한 대로 함께 다시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하나님께 불림을 받는 것도 싫은 일은 아니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좋은 친구들과 더 오래 함께 사랑을 나누면 좋겠다는 욕심만큼은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의 승리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