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사순절 기간에 피정을 훈련하자”2024-03-27 11:37
작성자 Level 10

“사순절 기간에 피정을 훈련하자”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 9일부터 시작됩니다. 교회력으로 재의 수요일이라고 불리는 성회 수요일을 시작으로 부활주일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사순절이라고 부릅니다. 2011년의 사순절이 이번 주 수요일부터 시작이 된다는 말입니다. 통상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 기간을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는 가장 경건한 절기로 지켜왔습니다. 지금도 그 전통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톨릭에서는 많은 사제들과 수사들이 사순절을 피정의 기간으로 삼아 영성과 경건훈련에 매진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습니다. 또한 가끔 불교를 볼 때마다 부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안거(夏安居)와 동안거(冬安居)입니다. 가장 더운 여름 한 철과 가장 추운 겨울 한 철에 하루에 한 끼씩을 먹으며 수행하는 절기와 불교의 스님들이 행하는 훈련입니다. 고등종교를 고등종교라 말하는 이유는 그 종교에 자기 부인(self-denial)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독교는 타 종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자기부인이라는 영성이 있습니다.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가복음 8:34)

주님이 먼저 행하신 가르침이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름지기 주님의 길을 가겠다고 결단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기 부인의 영성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기독교의 본질이라는 것에 대하여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귀한 신앙적 가치인 자기부인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지난 주에 국가 조찬기도회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개신교회의 장로직을 갖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기에 아마도 다른 타종교의 모임에 비해 훨씬 더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임에서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한 것이 또 구설수의 대상이 되어 인터넷 악플러들의 벌떼 같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기독교가 그 무엇을 해도 세상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공격하는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패역의 시대에 기독교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공격은 심하면 심했지 절대로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사태의 심각성 앞에서 한국교회는 다시 또 2011년의 사순절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무엇인가를 항변하는 시기가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해도 세상을 움직일 수 없는 시대입니다. 바로 이 때 우리는 사순절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종이 우리 지체들에게 함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독교적인 피정입니다. 우리는 수도원에 있는 가톨릭 사제들처럼 혹은 동안거와 하안거에 들어간 승려들과 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40일 사순절 기간은 하나님께 할 말을 드리는 것 외에는 말을 줄이는 삶을 살아보십시다. 우리는 훨씬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꼭 할 말만 하는 피정의 훈련을 사순절 기간 우리 지체들이 도전해 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