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터 이야기

제목사랑이라는 기적은 나누면 커진다지요.2025-04-05 10:33
작성자 Level 10

사랑이라는 기적은 나누면 커진다지요.

 

아주 오래전,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우슈비츠에 수감 되어 있던 유대인들은 열악한 식사로 인해 영양실조에 걸려 죽어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어느 수감 병동에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동료가 있었는데, 같이 수감 된 신부가 자기 음식의 십일조를 떼어 주자, 그 일에 감동이 된 다른 동료들이 음식의 십일조를 떼기 시작해 그에게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음식 십일조 나눔은 죽음의 문턱에 있었던 그 동료를 극적으로 살려내는 기적으로 승화되었다는 글이었습니다.

지난 주간에, 김동욱 목사의 치료비와 미얀마 지진으로 인해 심대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사모님과 딸을 안타깝게 여긴 교우들이 정성껏 구제비를 헌금해 주어 감사한 마음으로 김 목사 개인 통장으로 송금해 주었습니다. 몇 시간 뒤에 김 목사 개인 톡이 제게 도착해서 열어보니 낯선 이름 명의의 통장으로 제천세인교회가 보낸 금액 900,000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김 목사가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보다가 잠시 멍했습니다. 김 목사가 전언해 준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수술을 다 미쳤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수술비도 충당이 되었습니다, 지난달에 세인교회에서 보내주신 선교비와 구제비를 모아서 지금 40도에 육박하는 아내와 딸이 있는 집에 냉방을 위한 인버터와 배터리 교체 작업을 하는 대금으로 사용했습니다. 보내주신 제천세인교회 성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이번에 보내주신 900,000원은 제가 도저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지진으로 만신창이가 된 만달레이 한인회가 불철주야 한인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선교사로서 몰라라 할 수 없어 조금의 도움이라도 표하기 위해 제천세인교회의 이름으로 보냈습니다. 그래야, 제가 받은 사랑을 나 또한 작지만 되갚는 마음이어서 재난 극복을 위한 성금으로 기부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으로는 화도 나고, 또 한편으로는 김 목사가 너무 귀하고 자랑스러워 감사의 소회가 밀려들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기적은 나누면 커진다지요.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면부지의 땅으로 가서 복음 하나 들고 사역하다가 유감스럽게도 질병을 얻게 되어 생사의 기로에 섰는데, 자기가 섬기는 땅에 벌어진 도저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재앙 앞에서 목사로, 선교사로 말이 아닌, 행함의 사랑을 보여준 김 목사 앞에서 선교비를 쥐여주며 내 할 일 했다고 자평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여지없이 깨닫게 되어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지난 주일, 심소영 집사께서 경북 영덕에 급히 내려가 화재로 인해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에게 각종 생활용품을 전달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삶을 살아내는 세인 지체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사순절 네 번째 주간, 여기저기에서 들려온 따스한 소식들이 봄 내음 가득해 행복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살아내는 이들입니다. 그리스도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