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페이스북 친구로 있는 지인 목사께서 제게 이렇게 요청하셨습니다. “목사님 아주 재밌는 코메디 영화를 마구 과장 되게 소리 내어 웃으시며 한 번 보세요. 근데 그런 영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제게 건네준 조언이었습니다. 지인 목사님은 제가 목회하는 여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중보해 주는 분입니다. 두통을 자주 앓는 제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걱정이 되어 건네준 따뜻한 위로였지만, 사실은 제가 너무 빡빡하게 사는 것이 안타까워 해 준 말씀인 것을 너무 잘 압니다. 기실, 정말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정해져 있는 일주일 동안의 사역 업무나, 개인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들이 녹록하지 않기에 타인들에게는 제 삶의 여백이 그렇게 여유 없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목사가 된 이후, 해온 루틴을 포기할 수도 없고 저도 난감한 건 사실입니다. 이제는 육십을 훌쩍 넘긴 나이이다 보니 조금은 여유를 갖고 빡빡해 보이지 않는 삶을 살려고 대단히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편인데도 관심을 가져 주는 지인들께는 역부족처럼 보인 송구함이 제게 있습니다. 이번 한 주간, Sleepless in Seattle OST에 흠뻑 빠져 보았습니다. 지미 두란테(Jimmy Durante)가 앨범 Side A에서 처음 부른 ‘세월이 흐르면’을 듣다가 영원한 연인 잉글리드 버그만을 떠올려보았고, Side B에 수록되어 있는 영원한 스테디셀러 곡인 태미 와이넷(Tammy Wynette)이 부른 ‘그 사람 옆에서 힘이 되어 주세요’(Stand by your man)를 들으면서 고등학교 시절, 팝송으로 영어공부 했던 기억도 떠올려보았습니다. 압권은 셀렌 디온과 클리브 그리핀의 환상적인 듀엣곡인 ‘사랑에 빠졌을 때’ (When I fall in love)를 감상할 때였습니다. 두 사람이 콜라보로 선물해 주는 노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호르몬이 왕창 나오는 듯한 울컥함의 감동도 주었습니다. 4월에 교우들과 함께 떠날 독서여행을 위해 미리 읽은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때마침 독서해서 그런지 여러 가지 감성적 무기질이 내 몸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어 한 주간,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빡빡하게 사는 것만도 아닌데 지인들에게 부담스럽게 보인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주 가끔, 즐겁고 여유 있는 일탈(죄 짓지 않는)은 목사에게도 필요한 게 분명합니다. 서재에 있는 턴테이블은 내게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해주는 재산입니다. 책장 한 곳에 비치되어 있는 100여개의 LP들은 한 달 자급 300,000원을 받으며 사역하던 전담전도사 시절에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서 장당 1,000-1,5000원에 구입한 눈물 젖은 것들인데, 지금은 내게 보물 중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저는 70/80 세대이다 보니 찌지직거리는 바늘 튀는 소리 음악이 너무 좋습니다. 빡빡한 목사의 목회 여정이지만 음악은 나를 치료해주는 두 번째 성경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목사가 은혜롭지 못하다고 타박해도 아주 가끔, 저는 그냥 이렇게 살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