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앨범

제목연탄 한 장2024-06-04 11:32
작성자 Level 10
♤연탄 한 장♤/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이강덕 13-12-09 14:46

김집사님, 친정 찾아 온 느낌이겠어요. 2013년 한 해 잘 달려온 것 감사하고 2014년에는 행복한 집사님의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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