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이재철 목사께서 현직에서 물러났을 때, 마음이 허해졌다. 목사가 목사를 바라보는 삶을 산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철 목사께서 강단에서 내려온다는 것을 알고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텅 비는 느낌이 들어 한 동안 머뭇했던 기억이 있다.
금년 초, 김기석 목사는 사석에서 개인적으로 만났다. 섬기는 교회에서 집회 강사로 모신 이후, 두 번째 만나는 시간이라 내심 감사하기 그지없어 기쁨으로 교제했다. “이 목사님, 이제 멀지 않은 시일에 사역을 내려놓을 생각이에요. 체력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고, 후배들을 위해서도 용단을 내릴 생각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선배께 말씀드렸습니다. “목사님, 저 같은 후배를 위해서라도 조그만 더 힘을 내주십시오. 너무 아름다운 걸음을 걸으셨지만, 조금 만 더. 목사님의 건강을 위해 중보 하겠습니다.” 그렇게 당부를 드리고 온지 9개월 만에 김기석 선배의 은퇴 소식을 접했다. 이재철 목사의 은퇴 상황 때와 비교해 보니, 내게 임한 타격의 강도는 조금 더 강하게 다가온다. 부족한 사람의 두 번째 졸저 『시골 목사의 김기석 글 톺아보기, 동연 간, 2018년.』 를 출간했을 때 ‘학생 정신으로 충만한 목사’라고 격려해 주셨기에 더 더욱 학생정신으로 몸부림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 선배가 현직에서 은퇴한다는 소식은 개인적으로 아쉽고 아프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내 개인의 소회고, 내게 더 쓰라림으로 다가오는 격정이 있다. “이제는 들을 말씀이 없어진다는 고통이다.” 김 목사는 시편 설교에서 이렇게 성찰했다. “저는 가끔 성경을 매끈한 텍스트가 아니라 주름 많은 텍스트라고 합니다. 말한 것보다 말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는 의미에서 그러합니다.” (『말씀 등불을 밝히며』, 꽃자리 간, 244쪽) 내가 김기석 목사의 설교에 열광한 이유는 그의 신간 『말씀 등불 밝히고』에 담긴 부분 글감 중에 정용섭 박사가 묘사한 시편 129편 해제와 같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성경 텍스트의 보이지 않은 깊이를 들여다보려고 치열하게 노력한다. 더불어 성경이 붙들고 있는, 또는 숨기고 있는 ‘삶의 자리’가 절절한 우여곡절이 많다는 사실을 여실히 알기 때문이다.” (같은 책, 209쪽) 부끄럽지만 나는 김기석 목사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를 먹고 살았다. 그 부스러기를 따라잡고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나는 이 과정이 너무 행복했다. 헌데, 이제 들을 말씀이 사라지는 형국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쓰리고 아프다. 결국, 내 사랑하는 한국교회는 또 하나의 들을 말씀이 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더 어두워질 가능성이 있기에 두렵기까지하다. 어제 유트브 채널을 통해 들었던 그의 은퇴의 변이 이렇다. “3년 뒤, 5년 뒤, 그리고 10년 뒤가 아니라 오늘이라는 시간에 세상의 모든 것 당연시 여기는 제 오래된 태도에서 은퇴하게 해주십시오.”
숙연해졌다. 끝까지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선배가 자랑스럽다. 그가 은퇴하면 그가 더 그리워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