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단

제목[목사님컬럼] 주의 손에 나의 손을 포개고2024-04-19 11:17
작성자 Level 10

한 주가 너무 빠르게 지납니다주일을 섬긴 게 엊그제 같은 데벌써 또 다른 주일을 맞이했으니 그렇게 시간은 내 의식의 언저리를 빠르게 흐르고 있음을 자각하게 합니다지난 주간퇴원한 지체들을 대면해 심방했습니다병원에 입원해 한두 주간 의료에 몸을 맡긴 지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연로한 교우들입니다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것을 알기에 직접 안아드리기 위해 찾아뵈었습니다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를 염려할 정도로 극히 예후가 안 좋았던 권사님을 찾아뵙고 이런 저런 말로 위로한 뒤 기도해 드리기 위해 한 손을 붙잡았습니다그러자 순간권사님이 남은 한 손으로 제 남은 한 손을 포개고 기도를 받으셨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권사님의 아픔을 너무 잘 알고 계실 텐데재발하지 않게 하시고 남은 여생이 하나님을 위해 아름다운 믿음의 경주를 잘 완주할 수 기간이 되게 해주시고 완벽히 치료되어 기쁘게 신앙생활을 잘 감당하게 인도해 주십시오.”

기도가 끝났는데 권사님은 한 동안 제 손을 붙들고 놓지 않으셨습니다이제 팔십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권사님의 간절함이 얼마나 컸을지 부족한 사람의 손을 꼭 붙들고 계시려는 의지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처갓집에 방문했을 때였습니다가정예배를 하루에 꼭 세 번 드리시던 장모님을 위해서 예배를 인도하고 기도해 드리기 위해 무릎을 꿇었습니다막 기도를 드리려 하는데 장모님께서 제 두 손을 붙드시고 당신의 머리에 올리셨습니다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목사나 자네에게 안수 받고 싶어이 목사에게 안수 받으면 지금 아픈 육체가 고침 받을 것 같아부탁하네.”

교우들의 안수도 특별한 경우 아니면 잘 하지 않는 제게 안수 기도를 받겠다고 제 손을 강하게 당신의 머리에 올리시는 장모님을 위해 그 날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해 드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복기해 보면 나를 기점으로 내 이전 세대가 갖고 있었던 목회자에 대한 기대감이 내 이후 시대에도 같을 것이라는 부푼 꿈을 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목사가 그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속물근성 때문이 아니라그때 그 시절을 살아낸 믿음의 선배들이 갖고 있었던 신앙의 소박함과 순수함이 그립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우연히 바리톤 김주택 형제가 부른 주의 손에 나의 손을 포개고라는 복음성가를 유트브를 통해 시청한 적이 있었습니다그의 우렁찬 음성을 통해 고백되어지는 가사가 내 심령을 강하게 타격했습니다.

주의 손에 나의 손을 포개고 또 주의 발에 나의 발을 포개어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내 신앙의 고백 안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렇게 실천하며 기도를 받으셨던 권사님과 장모님을 떠올린 주일눈부시게 아름다운 이런 신앙의 흔적들이 오늘의 세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못내 씁쓸합니다.

주의 손에 나의 손을 포개고 또 주의 발에 나의 발을 포개고를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나머지 고백도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 주와 함께 죽고 또 주와 함께 살리라 영원토록 주 위해 살리라 주 위해 살리라

언제나 그렇듯이 은혜는 현장에 있습니다모쪼록 세인공동체는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들을 이어가는 예수의 스티그마가 있는 교회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